필자는 4급 지체장애인으로 유일한 혈육인 1급 자폐성장애인(이하 발달장애인) 아들을 26년 동안 양육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후일 우리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혼자 남겨질 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나름대로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아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하고 18년 동안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였고, 보건복지부의 정책이나 제도 도입을 위한 회의에도 적극 참여해 의견도 개진하고 건의도 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정년퇴직이라는 달갑지 않은 인생의 종착역과 '중증'이라 장애인복지관에서조차 외면당해 복지관을 이용할 수 없는 아들을 24시간 집에서 보호해야하는 아내의 극심한 고통뿐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건만 아들 문제 해결은 커녕 전형적인 성인발달장애인 가정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인발달장애인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부모들과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줄기차게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으나, 보건복지부와 정치인들은 미동도 하지않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어머니들은 자녀 양육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하거나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가족을 버리고 가정을 떠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필자의 눈으로 보면 국회의원은 보건복지부는 물론, 많은 부모들과 관련 단체들의 우선 순위를 무시한 법 제정에 대한 반대를 무시하고, 특정 단체와 집단의 이해가 얽힌 로비에 놀아나는 듯하다.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법은 제정하면서 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해 오래 전부터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요구해 온 부모들의 절규를 외면함으로써 발달장애인 복지는 답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어 가족이 해체되고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금의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쉽지만, 자녀를 양육해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18년의 장애인단체 활동 경험을 통해 발달장애인 문제는 보건복지부장관의 관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장관께서 직접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식이나 그들과 함께 생활해 보지 않았다면 필자가 아무리 발달장애인에 대해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장관께서 재임 중에도 발달장애인 복지는 전혀 달라질 수 없으며, '발달장애인지원법'도 제정될 수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장관께서 발달장애인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주말 1박2일 동안 장관과 가족의 모든 스케쥴을 비워주시라고 부탁하고 싶다. 필자의 아들을 장관댁에 보내드릴테니 가족 모두가 아들과 함께 생활한다면 아마 틀림없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물론 왜 '발달장애인지원법'을 부모들이 요구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장관께서 재임 중에 반드시 발달장애인들의 복지를 증진시켜 부모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부모 사후에도 발달장애인들이 하루 세 끼 따뜻한 밥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고, 겨울에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간절히 청원하는 바이다.

두 번째는 단순히 장관 가족들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 돕기 차원을 넘어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차원의 제안을 하고 싶다.

Kbs 1TV '아침마당'이나 Kbs 2TV '여유만만', Mbc TV '기분좋은날', Sbs TV '좋은아침'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필자의 아들과 장관 가족의 1박2일 생활,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서 발생하는 상황,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상황, 놀이공원이나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함께 하는 일상생활 등을 영상으로 담아 방영해줄 것을 제안한다.

그 후 장관 가족과 필자의 아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하여 준비한 영상을 보면서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이해를 돕는다면 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전 국민들의 관심 집중과 함께 님비현상도 해소시켜 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장관께서는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은 정말 고통스럽게 사는구나를 알게됨은 물론, 정부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관께서는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위해 전력투구 할 것이고, 법안에 포함할 법 조문도 스스로 발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더불어 장관의 발달장애인 복지 완결 공로는 장애인복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2013년 7월1일부터 우리가 8년 가까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성년후견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을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사람이 발달장애인인데, 국민들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때문에 정작 '후견인'으로 참여할 사람이 없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있겠는가?

이 기회에 발달장애인들은 더 없이 맑고 영혼까지 순수하다는 것을 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발달장애인들의 후견인으로 적극 참여해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부모가 없어도 발달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게 해 주기를 간절하게 호소한다.

장관께서 진정 필자가 제안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지금까지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한맺힌 하소연이었던 "저 자식을 두고 죽으면 눈을 못 감는다", "장애인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싶다."는 반인륜적인 생각도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제안은 필자 개인의 의견만이 아닌, 이 땅의 모든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장관께서는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장관 가족의 주말 1박 2일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을 위해 복지의 한 획을 그어 주시길 간절히 바하며, 이 제안에 대한 메아리를 학수고대 한다.

더불어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이나 장관 비서실에서는 복잡한 사건으로 치부하여 이 제안을 숨기려 하지 말고 장관께 보여드려 이 제안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통큰 행보를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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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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