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용어 설명. ⓒ조호근

얼마 전에 지체장애 4급 장애인인 김 모 씨가 “회사에서 자신을 해고하기 위해 지방으로 발령을 냈다”며 어떻게 해야 할 지 문의한 일이 있었다.

상담을 하다보면 비슷한 사례가 더러 있다. 주사업장 외에 지방이나 서울에 별도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주 사용하는 것이 지방으로의 전근인데, 피상담자도 비슷한 경우였다.

건강보조식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피상담자의 회사는 충북 청주에 공장과 본사가 있고, 서울에는 영업을 담당하는 사무소가 있다. 피상담자는 서울사무소에서 총무업무를 맡아 약10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갑자기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2012년 1월 2일부터 청주 본사로 발령이 난 것이다.

장애인인 피상담자의 경우 청주에 연고도 없고, 회사에서는 기숙사 제공 같은 근로자를 위한 배려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와 다름이 없다고 했다.

회사에서 주장하는 전근조치 이유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서울사무소의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총무 회계 같은 중복 업무는 통폐합한다는 것이었지만, 회사 측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본사에서는 현재도 신규 직원을 충원 중에 있고, 물류창고도 지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장 피상담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괴롭고 힘들겠지만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비록 서울에서 청주로의 전근 명령이 사실상 '그만두라'는 의미일지라도 그 것이 명확한 해고 통보가 아닌 이상에는 이를 해고로 미리 단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울러 현재 상태에서는 실제 전근이 된 것이 아니라, 전근이 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에 부당전근구제신청 등 구제절차를 진행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는 회사의 전근 명령이 부당전근에 해당한다는 것이나, 전근명령의 불이행에 따른 해고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사전 준비 등, 차후 노동위원회에 부당전근구제신청 시 승소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전근, 전출 및 전적 등의 조치는 해고와는 달리 노동위원회에서 회사 측의 '업무상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매우 크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부당전근에 해당될 수도 있다.

대법원 판례도 "기업체가 업무상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에게 전보발령을 함으로 말미암아 근로자가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로서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경우에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차후 구제신청 과정에서 보다 확실한 승소를 위해서는 '회사측의 전근 조치로 장애인인 피상담자가 겪을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협의과정 없이 진행되었다'는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증명 등을 통해 "갑작스러운 전근 조치는 생계에 너무나 큰 위협이 되니 재고해 달라"는 요청을 해놓는다면 나중에 구제신청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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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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