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때문에 전국이 용광로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고, 정치인들은단순히 영화만 보고 표를 의식한 인기성 발언만 쏟아내고 있고, 공무원들은 뒷북치느라 정신줄을 놓고있다.

'도가니'를 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해자와 그 가족을 제외하고는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니, 가해자의 가족들도 가족이라는 사실 자체가 낮 뜨거워 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죽고 싶은 심정이지 않을까.

왜? 왜? 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두 그렇게 분노하고 앞장서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줄 생각은 하지않고, 이제와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가?

따지고 보면 국민 모두에게 가해자 못지 않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광주인화학교 사건이다.

인기성에 지나지 않는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광주광역시의 해결 방안 제시는 전부 무책임의 극치다. 모두가 학교와 시설의 폐쇄가 해결책이라고 떠들어댄다.

인화학교와 시설을 폐쇄하면 거기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거기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라고 시설과 학교의 폐쇄만 주장하고 있는가?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게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서 생활하게 한다고? 이런…….

도대체 특수학교와 시설의 현실을 알고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며, 인화학교나 시설에 한번이라도 가 보고 그런 발언을 하는가? 입으로는 뭘 못할까.

시설에서 보호자 없이 생활하는 학생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떠날 수가 없었고, 학교도 옮길 수가 없는, 그야말로 밖에 나가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난민과도 같은 학생들이다.

그런데 아무 대책도 없이 시설과 학교를 페쇄하고 어디로 옮긴단 말인가? 더구나 인화학교는 청각장애인들의 교육시설이고, 인화원도 청각장애인들의 생활시설인데, 정작 청각장애인 생활시설과 학교는 전국에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들은 통합교육도 쉽지 않은데 덜컥 폐쇄부터 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관선 이사를 파견해서 학교와 시설에서 재단 관련자와 가해자들을 전부 추방하거나 법적인 조치를 취한 후에 그들이 시설과 학교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학교와 시설을 정상화시켜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도록 할 수는 없는가?

학생들은 미성년이라 보호자도 없이 스스로 자구책도 강구할 수 없음에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들이 겪어야할 정신적인 고통은 지금보다 수 백배, 아니 수 천배는 더 가중될 것이다.

또 다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현재 시설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많지도 않은만큼 광주광역시와 해당 구청에서 그룹홈이라도 마련, 학생들을 입주시켜 그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한 번이라도 현장을 방문해 보았는가? 영화를 봤으면 현장을 방문해서 실상을 확인한 후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이지, 영화만 보고 분노해서 무책임한 발안만 쏟아내는 것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나 몰라라 하고,정치인은 공무원들 질타에만 열을 올리고 진정한 사태 해결에 뒷전이니 뭐가 되겠는가?

최근에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에게 보상금 5,000원 지급한 것을 두고 언론이 씨끄러웠다. 몇년 전에 이미 정치권과 보훈처가 이 문제로 티격태격했음에도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니 한마디로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 않은가.

그래도 부산지방보훈청장이 김해까지 가서 유족에게 사죄한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들도 조금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부산지방보훈청장 같은 행동이라도 보여서 뒤늦게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 80명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국정조사를 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정말 문제해결을 위해 국정조사를 하려면 즉시 시행해서 피해 학생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공동생활가정 설치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학교와 시설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인기성 발언이나 늘어놓고 공무원이나 닥달하며 흐지부지 끝나는 국정조사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마라!

관련법을 개정하려면 속전속결로 처리해서 즉각 법인과 학교 관계자들을 퇴출시키고, 관선이사를 파견해서 정상적인 운영이 되게 하라!

시간만 끌다가 해를 넘기면 피해 학생들에게 더 큰 상처만 주게 될것이다.

관련법 개정도 문제가 많다.

파렴치하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하면 법인 허가를 취소한다고 하는 데, 그렇잖아도 사회복지법인이 부족한데 허가를 취소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하다. 법인은 존속 시키되, 관선이사를 파견해서 정상화시킨 후 임원을 선임해서 공익법인으로 운영해야 한다. 법인허가 취소는 절대로 안 된다.

현실은 이렇다.

사립특수학교는 국공립특수학교가 절대 부족해서 사립에 위탁 교육을 실시하는데 문제가 있고, 일반학교의 학교법인과 달리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특수학교를 같이 운영하므로써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으며,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못해 국.공립특수학교에 비해 시설과 학습 기자재 등 교육환경이 열악한 것도 큰 문제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성폭력 문제만 집중 거론하지 말고 사립특수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적극 개입하여 충분한 예산 지원을 통한 사립 특수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된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도 시설에서 생활하는 피해 학생들로서는 학교와 같은 시설운영법인이고, 교직원과 시설 직원들이 연계된 상태에서 피해를 당하고도 저항하거나 고발할 수 없었던 것이고, 피해는 지속될 수 밖에 없었다. '도가니'에만 집착하지 말고 사립특수학교의 현실도 부각시키라는 것이다.

냄비근성 아니랄까봐 벌써 '도가니'는 언론에서 사라졌고,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사태 해결이 흐지부지되거나 과거의 사회복지법인 비리 사건들처럼 몇 년이 걸릴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은 온통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며 나라 살림은 뒷전이고, 선거가 끝나면 남은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심의 등 당쟁으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고나면 18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막을 내리고, 내년 총선준비로 넘어가면 '도가니'가 무엇인지 정치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도가니' 피해 학생들이 내 자식이라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을까?

제발 내 자식 일이라고 생각하고 꺼져가는 불씨를 지펴 조속히 해결하고, 피해 학생들의 상처가 덧나지 않게 마무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도대체 '도가니'로 씨끄럽기만 했지 달라진 것이나 대책이 세워진 게 있는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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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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