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영화 '도가니'의 개봉으로 장애인 성폭력 문제가 디시 한 번 부각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는 등 '흥분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호기심 정도의 '일시적인 도가니'를 느낄 뿐이라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인전문 성폭력상담소와 쉼터가 생겨나고, 성폭력특별법에 수사 및 재판절차상의 특례, 심리의 비공개, 신뢰 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비디오 녹화진술 등의 조항이 추가되었다.
더불어 아동, 장애인 성폭력 전담수사기관 1319팀이 전국지방경찰청에 설치되고, 진술조사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원스톱지원센터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성폭력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에는 여전히 못미치는 미미한 조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2년 전 은지사건 때도 누리꾼들은 '분노와 흥분의 도가니'를 불러 일으켰고, 작년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사건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 외에도 우리가 알 지 못할 뿐, 지금도 어디에선가 장애인 성폭력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 성폭력사건 신고율이 7%인데 비해 장애인 성폭력사건 신고율은 3%에 불과하다.
장애인 성폭력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 남성 중심적 성문화, 관련법상의 문제. 수사 및 재판상의 문제, 성교육의 부재, 사회적 지원체계의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범행인정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성폭력 안했다. 2단계는 장애인인줄 몰랐다, 3단계는 피해자도 원했다. 마지막 4단계는 성관계를 할 수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니 오히려 잘 된 일 아닌가 등등.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장애인 성폭력의 현실이다.
이번 기회가 장애인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실행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첫째, 성폭력특별법상의 항거불능조항 삭제 및 둘째 수사 재판관들의 장애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고려 및 관련 전문인력 확충, 셋째 전문상담소 및 ‘쉼터’ 확충 및 피해자 치료프로그램개발, 넷째, 맞춤형 성교육과 예산지원, 다섯째, 사회적 지원체계 구축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등이 그 대책들이다.
그야말로 '분노의 도가니'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도가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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