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 '장애인휠체어 전용도로' 라고 쓰인 팻말이 붙여져있다면……. ⓒ 박윤구

MB정부의 시작과 함께 한반도는 온통 자전거 열풍이 일었다. 자전거 관련 주가가 상승하고 공사가 가능한 곳은 어디나 산뜻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되어 자전거로 전국 어느 곳이든 못가는 곳이 없을만큼 성공적인 정책이 되었다.

엄청나게 불어난 자전거 수요와 더불어 장애인들이 이용 가능한 핸드 사이클의 보급 또한 활발히 진행되었다. 전동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보너스로,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에 편승할 수가 있어서 울퉁불퉁한 보도 불록을 피해 잘 가꿔진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와 나란히 달려보는 기쁨도 얻었다.

광화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기 전, 쌩쌩 달리는 자동차 사이에서 전동휠체어를 여유롭게 운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 본 장애인이 얼마나 있을까?

과연 자전거 도로를 구상하고 설계하면서 전동휠체어가 덩달아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전거 도로는 국민의 행복과 안위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최고 권력자가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공해없이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자전거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중점적으로 추진해 성공한 결과로, 국민의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만약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10Cm의 턱 때문에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하고, 시각장애인의 블랙홀인 볼라드가 지뢰처럼 도처에 깔려있어 무릎을 까여야 하고, 아픈 곳이 있어도 근처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주차할 곳이 없어 볼일을 못보고 배회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생존과 연결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준다면 이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자전거 정책처럼 편의시설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이 땅의 많은 장애인들과 노약자 임산부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정책이 자전거 도로에 못 미치는 부질없는 정책일까?

여기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몇몇 적극적인 관련 단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거나, OECD 회원국 수준을 감안한 임기응변식 제도를 만들어 생각없이 마구잡이식 편의시설을 설치하다보니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기도 해 예산 낭비로 지적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있다.

또, 관련 기관들이 철저히 연구하기보다는 법과 제도만을 앞세운 형식적인 추진으로 많은 폐단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나마 돈이 안 되는 편의시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소수의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미약한지 비교 사례에 대한 법적용의 경중으로도 한번 따져보자.

이슈가 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의 경우 수요자와 공급자의 합의하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조차도 강력한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장애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장애인전용 주차장이나 볼라드, 음성안내장치, 경사로 등 '장애인노약자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위반'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나 단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본적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는 편의시설의 중요도가 성매매 단속의 중요성보다 못하다는 말인지, 장애인 당사자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저 연중 행사격으로 형식적인 이행 의지만 살짝 비추고 이벤트성 단속 방침 홍보만 하고 있지 않은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장애인들의 삶을 영위하는데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인식해서 권력 최고위층이 강력한 개선의지를 가져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복지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기를, 마치 다 건설해놓고 중간에 1m정도 끊어 놓은 다리격인 우리의 장애인복지정책이 진정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장애인복지정책이 될 수 있기를…….

현 정부나 차기 정부 최고 권력기관의 상징인 청와대가 부디 확실한 편의시설 개선 의지를 갖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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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구 칼럼리스트
장애인들은 편의시설 미설치 등 사회의 각종 제약으로 인해 여행을 생각하기 힘든 현실이다. 더욱이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만약 해외로 나서려고 해도 정보 부재에 시달리기 일쑤다. 장애인들에게 해외여행과 관련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장애인전문여행사 (주)곰두리여행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장애인 관련 단체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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