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뎃 대학교(Gallaudet University, www.gallaudet.edu)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 명성의 청각 장애인(농인, the deaf)을 위한 대학교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대학(deaf and hard of hearing students)’ 뿐만 아니라, ‘세계적 명성(international reputation)’이라는 말은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붙인 것이 아니다. 갈루뎃 대학교가 직접 스스로를 소개하는 공식 웹사이트(http://www.gallaudet.edu/x47919.xml)에 나와있는 말이다.

그들은 정말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가? 저 멀리 대한민국으로부터도, 신한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2011 장애청년드림팀의 청년들이 찾아올 정도이니, 세계적 명성이라는 말이 빈말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의 스마트 워크 & 라이프 (Smart Work & Life with Handicapped)라는 주제로 미국 연수 중 갈루뎃 대학교를 방문한 드림팀 OBUS의 팀원들은 갈루뎃 대학교에서 기대했던 장애를 위한 교육과 서비스 이외에도, 근본적인 화두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주의(consumerism)의 시작과 끝, 그리고 특혜와 배려가 가지는 또다른 구별짓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갈루뎃 대학교 구내에는 보통의 대학이 다 가지는 일반적인 대학의 기념품들 이외에도 청각 장애와 관련된 교구와 자료, 서적 등이 판매되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끌었던 책 중 하나는 ‘청각장애 총장을 지금 당장! (DEAF PRESIDENT NOW!)’다.

갈루뎃 대학교 구내에는 보통의 대학이 다 가지는 일반적인 대학의 기념품들 이외에도 청각 장애와 관련된 교구와 자료, 서적 등이 판매되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끌었던 책 중 하나는 ‘청각장애 총장을 지금 당장!(DEAF PRESIDENT NOW!)’다. ⓒ정영석

갈루뎃 대학교는 1856년 처음 설립되어 1864년 대학으로 그 유명한 링컨 대통령으로부터의 인가 받았다.

그러나 그 갈루뎃 대학교도, 10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던 1988년에야 처음으로 청각 장애인 총장이 부임했다. 청각 장애인 총장의 부임은 ‘시대 변화에 따라 부드럽게’라기보다는 장애 학생들을 비롯한 당사자들의 강한 요구와 다소 과격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방법론에 의해 가능했다.

1988년 당시 갈루뎃 대학교의 이사회(the board of trustees)는 17명의 비청각 장애인과 4명의 청각 장애인으로 이루어져있었고, 총 세 명의 총장 후보 중 두 명의 청각 장애인 총장 후보가 아닌, 비청각 장애인이 제7대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1988년 3월 6일 유일했던 비청각 장애인 총장 후보의 선출이 공표되자, 4명의 학생이 중심이 되어 이끈 시위대는, 새로 선출된 총장의 사퇴와 청각 장애인 총장의 선출, “청각 장애인은 듣는 세상에서 역할을 하기에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the deaf are not yet ready to function in the hearing world)”는 발언을 한 현이사장의 사퇴, 이사회의 51%를 청각 장애인으로 재구성, 시위에 참여한 학생 및 직원들의 처벌 금지라는 4개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다음 날인 3월 7일 월요일부터 학교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행동에 들어갔다.

처음 이사회는 무시했지만, 곧 주요 언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이사장의 사퇴와 처벌 금지에 동의했지만, 학생들과 시위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갈루뎃은 청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 학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그 목표는 청각 장애인 총장과 함께 더 쉽게 성취될 것이라고 했다. (They stated that Gallaudet needed to stand as a role model for deaf people and other deaf schools, a goal easier accomplished with a deaf president – Wikipedia)

2,5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우리에겐 아직 꿈이 있다! (We still have a dream!)”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마침내 일주일만인 3월 13일 일요일, 학생들은 본래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새 청각 장애인 후보를 만날 수 있었고, 사임한 이사회의 새 의장 역시 청각 장애인으로 임명되었다.

당연히 던져질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이 있을 것이다. “청각 장애인 대학교에 청각 장애인 총장이 꼭 필요한가?”

사실 이에 대한 나름의 정답, 아니 정답이라기 보다는 정답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힌트는 이후 역시 스마트 워크 & 라이프에 관한 조사를 위해 방문한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스마트 워크 센터(George Mason University Telework Center, www.gmutelework.com)에서 만난 평범한 한 직장인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혹시 상사가 스마트 워크로 사무실이 아닌 원격 근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러기 힘들지 않을까요?”

“상사도 스마트 워크하는데요.”

그렇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과부의 마음은 그래도 홀아비보다는 다른 과부가 더 잘 알지 않을까?

갈루뎃 대학교의 장애 총장 선출에 관한 역사에 대한 시사점에는, 모든 것이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능동적인 행동에 의해서 성취되는 것이다라는 것 이외에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기관과 학교, 조직들이 당사자주의에 충실한가?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리더십 중 가장 상부의 리더십은 얼마나 당사자주의에 부합하는가? 혹시 특혜나 배려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그 사용자는 또다른 구별짓기로 당사자주의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OBUS 팀원들이 갈루뎃의 학생들과 함께했다. 다수의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어학연수 과정은 물론 학부부터 박사 과정까지 재학하고 있으며, 교직원으로 채용되어있기도 하다. 이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에 전할 미래를 기대해 본다. ⓒ정영석

* DPN으로 알려진 갈루뎃 대학교의 장애 총장 선출 요구 운동은 갈루뎃 대학교의 공식웹사이트(www.gallaudet.edu/About_Gallaudet/History_of_the_University/DPN_Home.html)에 자신들의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자랑스럽게 기록되어 있으며, 위키디피아(en.wikipedia.org/wiki/Deaf_President_Now)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위에 소개된 책은 해외는 물론 알라딘서점 등 국내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글은 ‘2011장애청년드림팀’ OBUS팀 정영석 님이 보내왔습니다. 정영석 님은 현재 연대학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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