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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를 위하여!' '태오'에 빠져들다

배역, 현실과 너무 비슷 벗어나기 힘들었던 무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8-29 09:07:15
드디어 공연이 끝나고 캐릭터에서 빠져나왔다.

이번엔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올렸다. 올해로 13살 먹은 프린지페스티벌은 독립 예술가들이 연극, 마임, 무용, 음악, 퍼포먼스등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주는 행사이다. 올해는 유일하게 장애인 단체에서는 '극단 휠'이 참가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8년차인 내게 큰 전환점이 된 공연이었다. 지금까지의 공연에서 나는 조미료 역할을 주로 맡았다. 웃음을 주는 역할이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 등 대부분이 밝은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번 '돈키호테를 위하여'라는 공연은 내가 극을 이끌어 가는 무대였으며, 처음 시도하는 눈물 섞인 감정연기를 해야 했다.

새로 배역을 맡는다는 것은 너무 기쁘고, 두렵고, 설레인다. 내가 공연을 하면서 진정 살아 있다고 느낄 때는 바로 무대 위에 있을 때와 배역에 몰입할 때이다. 배역에 몰입하여 내가 아닌 그 배역으로 살아가면서 연구하고 알아갈 때 나의 오감은 자극된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작업을 하면서도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몇몇 녀석들이 있었다. 그 중 첫 번째는 짧은 연습 기간이었다. 이번 작품은 극단 사정상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연습기간이 한 달인데다 연습 기간 중 하이라이트 공연도 있어서 두 개의 공연을 연습해야 하니 어느 한 곳에 치중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 견디면서 최선을 다했다. 과연 하이라이트 공연이 끝나고 나니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산넘어 산, 이제 가장 큰 문제는 '태오'라는 녀석이다. 태오는 '돈키호테를 위하여'라는 공연에서 내가 맡은 배역 이름이었다.

'돈키호테를 위하여'는 고등학교 특수반 친구인 동진, 기준, 호석, 태오의 이야기다.
이들은 배우를 꿈꾸는 아이들이다. 꿈을 향해 달린지 10년이 지나고 보니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해 주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호석과 나이트클럽 '삐끼'가 된 태오, 그리고 집안의 반대로 인해 오디션도 보지 못하고 방안에만 갇혀 지내는 동진, 그리고 장애인 대표 배우가 된 기준.

각자의 길을 달리던 중 동진이 태오를 찾아와 다시 예전처럼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태오는 기준을 찾아가 부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무대에 올린 극이다.

이 극에서 태오는 10년 동안 자신의 길이 현실이라고 말하지만 주위에서는 이상을 좇고 있다고 말한다. 극 중에서 태오는 "우리는 초라하고 보잘것없어서 금방 잊혀 지겠지. 하지만 우리가 무대에 서면 단 한사람, 그게 누구든 분명 한사람에겐 꽃이 될 수 있다고 믿어."라고 말을 하며 꽃을 피우기 위해 달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에 부딪혀 좌절을 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가 나의 현실 이야기인 것 같아 너무 몰입이 되다보니 많이 힘들었던 것이다. 이러다 공연이 끝나도 '태오'라는 배역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닌게 싶을 정도였다.

8년째 맞는 공연 무대. 운이 좋아 예술대학교에 들어가 배웠지만 졸업을 하고 현실에 맞서보니 너무 큰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난 지금 그 벽을 넘고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꾸준히 공부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태오의 마지막 독백은 여전히 내 뒤통수를 치면서 마음을 후빈다.
"난 돈키호테처럼 끝까지 달리지 못했고, 햄릿처럼 빌어먹을 멋진 복수도 못했지만 정말 끝이다. 자갈밭에서 꽃이 피지 못한다는 걸 10년이나 걸려 알아냈다. 세상은 다 알았는데 빌어먹을 나만 몰랐었다. 그래서 난…, 난… 죽고 싶다. 정말 죽고 싶어 미치겠다. 잘 가라 어리석었던 내 십년의 시간아. 가라! 가! 이제 정말 끝이다."

연습을 하는 동안 배역인 태오와 현실의 내가 서로 하나가 되어갈까봐 힘이 들었다. 배우는 배역과 자신이 서로 교집합이 되어야지, 합집합이 되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데 관객들에게 '공연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내가 인사를 해야 하는데 태오가 인사를 하면서 눈물을 삼키는 모습에 '난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무사히 공연을 잘 마쳤지만 공연이 끝난 후 태오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혹시라도 '돈키호테를 위하여'를 못 보신 분이나 무대 위의 태오가 보고 싶으신 분은 10월에 다가올 DPI 축제 때 보러 오시면 이번 프린지페스티벌의 태오보다 더욱더 성장한 태오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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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신강수 칼럼니스트 신강수블로그 (sks4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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