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자동검진대. ⓒ국립재활원 홈페이지

지난달 ‘창원에 여성장애인을 위한 전문산부인과가 개설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여성장애인을 위한 임신, 출산에 관하여 짚어보고자 한다.

2010년 국립재활원 여성재활과에서 주최한 ‘여성장애인의 저 출산 극복을 위한 포럼’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여성장애인의 연간 출산건수는 2,500내외로 전체분만건수(40~45만건)의 0.5~1%라고 한다. 이는 기혼여성장애인의 수가 적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심각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임신 및 출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육아에 대한 어려움, 장애유전에 대한 두려움, 주위사람들의 장애산모에 대한 편견, 산부인과의 편의시설부족과 장비부족, 진료과정에서의 차별과 기피 등 때문이다.

다음은 2009년 4월14일 에이블뉴스에 보도된 ‘결혼 출산 두려웠지만 사는 건 다 똑같아요’라는 제목의 기사내용 중 일부로 한 여성장애인이 실제로 경험한 사례이다.

“처음에 임신인 것 같아 병원을 찾았을 때는 임신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피검사 상으로는 임신이 맞는데 제가 자궁이 없다는 말만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이도 있고 몸도 아픈데 아이를 꼭 나아야겠냐는 식으로….”

이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차별이다. 여성장애인들은 임신하는 자체부터 차별받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을 찾았을 때 다시 한 번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산부인과병원의 무지에는 장애자체의 무지도 있지만 비장애산모보다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하고, 특별하고 세심한 진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료하기를 꺼리는 것이다.(진료수가에 차이가 없는 것도 이유이다)

또 한 가지 많이 당하는 차별로는 많은 경우 무조건 제왕절개를 권유한다는 것이다. 물론 장애정도와 유형, 골반의 상태에 따라서 반드시 제왕절개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연분만이 가능한 경우에도 제왕절개하기를 권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낮추고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장애산모도 자연분만이 건강에 좋은 것은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제왕절개는 최후의 출산방법이 되어야 한다.

거동이 불편 장애환자의 이동에 용이한 전동리프트. ⓒ국립재활원 홈페이지

국내 최초의 여성장애인 전문산부인과인 국립재활원의 여성재활과 김영진 과장님이 2010년 7월 6일 ‘한국여성장애인대회 건강한 모성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여성재활과는 장애여성을 위한 산부인과인데 장애산모들의 수요가 거의 없어 분만실을 꾸릴 수가 없다”라고 언급했다가 참석한 여성장애인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된 기사가 2010년 7월7일 에이블뉴스에 보도됐다. 당사자의 참여와 요구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무엇이 수요가 없도록 만들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먼저 만들어놓으면 수요는 자연히 생기리라고 본다. 이미 연간 2,500여 명의 수요가 있다고 밝혀졌다. 효율성문제는 별도로 따져봐야겠지만 이 문제는 정책적 문제로 접근해야지 효율성 문제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양육지원시스템이 더욱 절실하고 중요하다. 일부지자체나 복지관들에서 실시하고는 있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하고 시간 역시 부족하다. 또한 유사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경우 중복해서 받을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부부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태어날 아이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장애부모는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

반면 이 말은 뒤집어보면 ‘돈 많고 건강한 사람만이 아이를 낳아야 된다’는 뜻도 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저출산이 되어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다수의 부부들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하고 있다.

이유는 자녀가 결혼생활에서 주는 행복감이 양육의 어려움보다 크기 때문이다. 장애인 부부도 마찬가지다.

돈 많고 건강한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만이 행복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자녀양육의 문제는 이제 가정만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과 추세로 가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놓고 본다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실천의지가 중요할 뿐이다.

끝으로, 병원홍보가 되는 것 같지만 정보차원에서 여성장애인들의 분만 경험이 많은 산부인과와 전문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전종관 박사, 상계백병원 조용균 박사, 카톨릭대학교병원 박인양·신종철 박사.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인생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나 그곳에 있는 한 남성생활인과의 고민을 들어주다 호감을 느끼게 됐다. 거절당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 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푸른아성 회원을 거쳐 활동가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지체 및 발달장애와 중복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사이자 장애인 성 분야 활동가다. 현재는 장애인푸른아우성카페 운영자와 장애인성재활네트워크모임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