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지는 흑모래사장과 바다 깊에에 따라 제 각각 모양이 다른 파도가 밀려오는 무르와이 해변. ⓒ 박윤구

뉴질랜드 제1의 도시 오클랜드에서 서북쪽으로 약 40여 분을 차로 달리면 '무르와이'라는 흑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마오리 해변이 위치하고 있다.

뉴질랜드 서부 해안은 우리나라의 서해안과는 반대로 파도가 매우 거칠고 바람이 세찬 것이 특징이다.

'타스만해'라는 남극을 낀 거친 바다가 호주와의 사이에 위치하는데, 그 위력은 말 잘 안 듣는 한국 교민들이 낚시금지 구역에서 낚시를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날 정도로 공포감마저 드는 곳이다.

레저를 즐기는 뉴질랜드인들은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거세다는 일기예보가 발령되면 너도나도 서핑 보드를 들고 모여들어 서핑을 즐기느라 활개치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마치 물개들이 헤엄치며 노는 예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무르와이' 비치는 입구에 뉴질랜드에서는 흔치않게 작은 매점이 있어 커피나 파이, 간단한 스낵을 판매하는 곳이 조금은 이색적이기도 하다.

서쪽에 위치한 해변은 또한 석양이 질 무렵 이면 서쪽 하늘을 불태우듯 황홀한 붉은 노을이 유명해서 일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언덕 위쪽의 별장같은 집들은 앞 마당에서 절벽으로 뛰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승 기류를 이용하면 곧바로 이륙한 곳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의 낙원이다.

뿐만아니라 윈드서핑, 요트, 승마, 모래사장을 가르는 바람을 이용한 자동차 캠핑, 골프 등 레저의 천국으로 불리운다.

수 십 Km 이어진 흑모래사장은 가히 장관을 이루며, 그 곳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하얀 백마에 오른 몇 명의 금발미녀를 보노라면 검은 모래와 바닷물의 경계를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이 마치 영화 그 자체로 여겨진다.

누구나,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뉴질랜드. 이런 저런 관광을 하며 뉴질랜드의 참 맛을 느끼다보면 벤츠를 타는 페인트공과 20년 된 포드를 타는 변호사가 모두 즐겁게 공존하는 곳임을 알게 되는 곳이다.

파도에 기둥처럼 깎인, 오직 새들만이 길 수있는 조그만 물새 전용 섬. ⓒ 박윤구

해변에 진입하는 100여m 도로를 따라 승용차가 진입해서 해변까지 갈 수가 있지만 자연을 아끼는 뉴질랜드인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해변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질서 의식을 보인다.

그렇다고 몸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이 차를 운전해 해변까지 진입을 할 경우에도 전혀 저지하거나 눈총을 주지 않는다. "아! 저 사람은 저렇게 들어올 이유가 있어서 들어오겠지"하는 배려는 항상 "나는 장애인인데요. 장애인인데요."를 입에 달고 살아도 불편한 우리 나라와는 비교가 되기도 한다.

진입로 왼쪽 끝은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바위에 몰아치는 높은 파도는 바위 사이로 난 구멍으로 바닷물을 밀어 붙여 쉬익~ 쉬익 하며 마치 숨소리 같은 것을 내면서 하늘 높이 바닷물을 쏘아댄다. 쉽게 볼 수 없는 너무나 신기하고 멋진 광경지만 한편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바위 끝 바다 쪽으로는 아주 큰 '스내퍼'라는 우리 나라 도미와 똑같은 물고기 등이 많이 잡히는 낚시 포인트. 규칙을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이 난 괜찮겠지 하고 낚시를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많이 희생되는 곳이기도 하다.

파도가 깎아놓은 기둥 모양의 특이한 섬이 생성되고, 그 위를 갈 수 있는 물새들만이 그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은 '무르와이'의 또 다른 명물이다. 그리고 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멀리 닦여진 관광로를 따라 생태 관광을 하며 자연을 아끼고 배우는 뉴질랜드인들의 기질이 배어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검은 모래사장과 파도, 그리고 갈매기 섬. ⓒ 박윤구

산책로를 따라 물새들의 서식지를 구경하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절벽 위 반대편에 다다른다. 그 곳은 높은 위치로 전 해안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다의 깊이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마치 파도 종류는 모두 모아 놓은 듯 각양 각색이다. 갖가지 모양의 파도를 구경하며 또 한 번 이런 자연을 아끼고 지켜오는 뉴질랜드 인들의 조용하면서 실속 있는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어떤 아름다운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뉴질랜드 절경 중 하나를 소개하면서 필자는 여행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실에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느낀다. 부디 우리 장애인들이 해외 여행을 손쉽게 다녀 올 수 있는 여건이 한시바삐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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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구 칼럼리스트
장애인들은 편의시설 미설치 등 사회의 각종 제약으로 인해 여행을 생각하기 힘든 현실이다. 더욱이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만약 해외로 나서려고 해도 정보 부재에 시달리기 일쑤다. 장애인들에게 해외여행과 관련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장애인전문여행사 (주)곰두리여행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장애인 관련 단체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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