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위해 분장한 필자(신강수)의 모습. ⓒ신강수

고향을 떠나 연습실을 집처럼 무대를 친구처럼 관객을 부모처럼 여겨온 지도 올해로 8년째. 그동안 외로움과 고독이 나를 위로해주는 가운데 오직 꿈을 향해 달려가기만 했다.

그동안 나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내 장애에 대한 자신감이다. 그 전에는 내 장애가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감추려고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게 되었다.

'상처'라는 녀석은 이상하게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곪고 썩는다. 감추지 않고 상처를 보이고 세균과 싸우게 만들고 그리고 딱지가 지고 그러다 보면 언젠간 상처는 흉터라는 훈장으로 멋지게 변해있다.

'장애'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다고 세상과 단절하고 혼자 숨으려고 한다면 '장애'는 더욱 더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그러나 세상과 소통하고 보여주게 되면 '장애'는 단지 불편하다는 것으로 변하게 된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건 타인의 시선이다. 나도 세상의 시선이 두려웠다. 장애를 가진 나도 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대하기 껄끄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처음엔 모두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듯 장애도 세상에 많이 보여야 사람들의 시선이 변화될 것 같다.

내 장애가 세상에 익숙해지기 위해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갔다. 사람들이 "왜 키가 작아요?" 라고 물어보면 나는 "휴대폰도 큰 것보다는 작은 게 좋잖아요. 그래서 저도 너무 커서 나머지는 집에다 두고 왔어요!"라고 답하거나 "저 초등학생인데요."'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솔직히 상대방이 들으면 어이없는 표현이다. 그래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그리고 편히 다가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를 좀 더 각인시키기 위한 나만의 소개법도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겐 세 가지의 애(愛)가 있다. 나라의 사랑 '국애', 가족의 사랑 '가애', 자신을 사랑하는 '자애'다.

그러나 나에겐 '장애'가 있다. 베풀 '장(張)' 사랑 '애(愛)자'를 써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욕을 잘하는 사람을 '욕쟁이' 겁이 많은 사람을 '겁쟁이'라고 말하듯이 난놈 중에 최고여서 '난쟁이'입니다. 라고 하거나, 또는 루저들의 대통령이라는 말로 나를 소개한다.

이런 표현법을 세종대왕님이 보신다면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찾아낸 방법이다.

바로 공연이라는 녀석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밝은 성격을 가지게 해주고 즐겁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준 나의 소중한 스승이다.

나의 활발함을 통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됐지만 반면 때로는 나의 밝음으로 인해 사람들이 1,3,5,7 띄엄띄엄 보는 경향도 있다.

너무 활발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탓에 사람들이 쉽게 말을 놓기도 하고 진지한 말을 해도 웃기려고 하는 줄 안다. 그래서 가끔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말을 줄이게 되면 사람들은 내가 무슨 큰 일이 생긴 줄 안다.

이런 점이 전에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 내가 만들어 놓은 일이기 때문에 내탓인 것이다. 그래서 난 사람들을 대할 때 광대처럼 살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이 한 몸 바치기로.

하지만 나도 혼자만의 공간에서나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주고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에겐 광대의 분장을 지우고 대한다.

그래서 광대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의 본 모습을 모르고, 나의 본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광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짠하게 보면서 "네가 하고픈대로 살아라"하는데, 나는 광대이기에 어쩔 수 없다. 지금 현실이 즐겁다.

공연은 나에게 화장과 같은 존재이다. 여자들의 쌩얼을 가려주는 힘이 화장이듯 내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준 건 공연이고 무대이다.

이처럼 무대라는 공간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연기하는 사람' 또는 '배우'라는 수식어로 자신을 바꿔준다. 내가 공연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았듯이 혹시라도 나처럼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고 싶다면 연기를 통해 무대에서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오늘도 집을 나설 때 광대라는 가면을 쓰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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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연기학과를 졸업하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방송 3사의 시험을 수차례 봤다. 결과는 보는 족족 낙방. 주위 사람들은 네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큼 장애에 대해서는 매우 낙천적이다. 수많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큼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아님 또 다른 부류인지 헛갈려하고 있다. 지금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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