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과 21일 강릉으로 강의를 다녀왔다. 강릉은 연수과정을 마치고 정식으로 성교육 강사가 되어서 처음으로 강의를 했던 곳이다. 강의를 의뢰한 곳은 <강릉자립생활센터>로 첫 강의를 했던 때가 바로 작년 4월이었다.

사실 당시 강의는 원래 섭외되었던 강사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가게 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내가 섭외를 받게 된 것이다. 그 때 담당자로부터 기회가 되면 다시 의뢰하겠다는 말은 들었지만 의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였는데 뜻밖의 기분 좋은 의뢰로 한층 자신감 up 기분 up이었다.

강의 원고 작성이나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일도 경험이 있어선지 처음보다 어렵지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릉은 국철이나 KTX가 닿지 않는 곳이기에(기차로는 6시간 걸린다) 당일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고속버스를 타야한다. 수동휠체어를 타야 했다. 아침 7시에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활동보조인과 9시에 출발하는 강릉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3시간을 달려 강릉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한 뒤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 주제는 15일에는 '장애인의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로 △성의개념 △장애인에게 있어서 성의 의미 △편견 △무성적 중성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배경 △차별사례 △당사자들이 느끼고 말하는 성정체감 △장애인 성담론에 대한 논의들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점들과 방향 △대안 등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21일에는 '인간관계 및 성적자기결정권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좋은 인간관계 맺는 법 그리고 △그 속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적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법 △인간관계 속에서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자기주장적인 의사표현방법 등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강의 중 여성장애인들이 짧은 치마를 입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다리를 노출하는 것이 자신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짧은 치마를 입으면 거기에 맞춰서 구두를 신어야 하는데 구두를 신으면 걷기가 더욱 힘들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사실이었다.

교육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총 6회기로 진행되었다. 작년에도 의뢰 기관에 이야기했었지만 필자는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이 참 의미 있으며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장애인 당사자들에 의해서 성교육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것, 그것도 단회기가 아닌 6회기로 계획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느껴졌다.다만 아쉬운 점은 6회기의 교육 내용들이 비슷비슷해서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기관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회기나 대상에 맞춰 주제 선정이나 그에 맞는 강사 선정에 도움을 줄 생각이 있다. 물론 필자 혼자 전부 교육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 필자는 그럴 능력도 없다.

끝으로 강의하러 가다가 차별을 당한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터미널에 내려서 강의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사전에 기관에 차량지원을 요청했지만 사정상 불가능하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했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에게 강의 장소를 물어보며 택시를 잡으려고 하니 모른다고들 하며 떠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 몰라서 그러나보다 생각했는데 활동보조하시는 분께서 도로 이정표에 강의 장소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휠체어를 타고 있으니까 안태워주려고 모른다고 한 것이다.

택시기사가 도로 이정표에 나와 있는 장소가 어딘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강릉의 택시들이 승차거부를 한 것이다.

터미널 앞이어서 많은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었음에도 7,8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같은 행위는 분명 차별이다. 휠체어를 탔다고(전동은 불가능하겠지만) 일반택시를 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원래 택시란 무거운 짐이 있을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아닌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인생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나 그곳에 있는 한 남성생활인과의 고민을 들어주다 호감을 느끼게 됐다. 거절당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 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푸른아성 회원을 거쳐 활동가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지체 및 발달장애와 중복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사이자 장애인 성 분야 활동가다. 현재는 장애인푸른아우성카페 운영자와 장애인성재활네트워크모임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