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 연극만큼 좋은 재활치료는 없다.

공연을 해온지 올해로 8년째. 공연을 하면서 내 인생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렸을 적 나의 꿈은 개그맨 이였다. 그래서 대학도 연예학과로 가려고 했지만 차마 당시에는 용기가 없어서 지원을 못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내 인생의 미래를 생각하니 꿈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난 내 꿈을 실현시켜보고자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연기학과에 다시 지원을 했다.

대학에 합격을 하면 꿈을 이룰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연기나 코미디쪽 세계를 접해보니 많은 문제가 나를 괴롭혔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장애'였다.

장애로 인해 내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도 한정되어 있고,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나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무대에서 주로 하는 건 코미디다. 코미디는 나를 버리고 망가져야만 하는 공연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웃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무대에서 망가지면 사람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 한 가득이다. 웃겨야 하는데 관객들이 웃지 않으니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자 곧 공연에 방해가 되는 나와 함께 공연해야 하는 동료들의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그는 보통 10개에서 12개의 짧은 콩트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내가 무대에서 3개 정도의 콩트를 하고 4번째 정도 되면 그때서야 관객들이 웃는 것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공연을 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미리 보여주면 사람들이 웃겠구나! 라고. 이후부터는 나는 미리 무대에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연금 받아서 술 사 먹는 남자 연금술사 신강수'라든지 아니면 한 때 이슈였던 루저 발언을 이용해서 '안녕하세요! 루저들의 대통령 신강수입니다'라고 말하고 키가 큰 사람들에게 지적을 하니 사람들이 웃었다. 그리고 그 후 뒷 공연의 웃음의 효과는 다른 동료들보다 배가 되었다.

내 생각은 적중했고, 공연을 할 때 나는 당당하게 나의 장애를 말하고 내 자신을 다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공연은 그렇게 나의 마음가짐과 삶을 바꿔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공연이 장애인들에게 좋은 이유는 마음의 병뿐만 아니라 재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 중에는 세상과 대화하려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런 장애인들이 공연을 하고 연극을 하게 되면 성격이 많이 바뀌고 또 장애가 심했던 사람들은 큰 변화는 아니지만 몸이 편해지고 발음도 잘 들리게 된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발성과 호흡을 통해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공연을 통해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내 주변에도 이렇게 공연의 효과를 본 장애인들이 몇몇 있다.

공연을 통해서 소극적이었던 배우가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잠재되었던 내면의 성격을 끄집어내어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 배우도 있다. 연극을 접하기 전에는 말도 어눌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걸음걸이도 매우 불편했던 배우가 공연을 하면서 말도 잘 하고 자신의 의사 표현도 잘하게 되었으며, 움직임도 매우 좋아진 이도 있다.

우리 극단에는 올해로 입단 5년째인 배우가 있다. '휠'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항상 구석에만 있고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잘 대답하지 않던 형이다. 그런데 공연을 접하고 배우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말도 많아지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 이제는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은 하기도 한다.

"형 혹시 장애인인척 하는 거 아니에요? 집에서는 '어머니 저 다녀왔습니다.'라고 정확히 말하고 우리들 앞에서 장애인인척 말 더듬는 거 아니죠?"라고.

연극이 그렇게 형의 인생을 바꾸고 장애를 바꿀 정도의 큰 힘이 된 것이다.

솔직히 얘기해서 연극이라는 건 많이 힘들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변화가 생기기도 하는만큼 모든 장애인들이 한번쯤 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세상과 단절되지 말고 세상에 나아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시라도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사람은 극단 '휠'을 찾아오길 바란다. '휠'의 문은 장애인 모두에게, 아니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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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연기학과를 졸업하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방송 3사의 시험을 수차례 봤다. 결과는 보는 족족 낙방. 주위 사람들은 네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큼 장애에 대해서는 매우 낙천적이다. 수많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큼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아님 또 다른 부류인지 헛갈려하고 있다. 지금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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