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근로계약서 예시. ⓒ조호근

한 달쯤 전의 일이었다. 지방의 OO기업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한 장애인 근로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다.

피상담자는 작년 11월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4월 초에 팀장이 새로운 근로계약서라면서 2010년 이후에 입사한 직원은 모두 서명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상담자를 포함해 작년에 입사한 직원 모두는 눈치만 보고 서명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을 12개월로 하고, 계약종료 1개월 전에 쌍방이 모두 이의가 없을 경우에 한하여 다시 재계약을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장은 계약기간을 12개월로 한다는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형식적인 것이며 큰 실수만 없으면 재계약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어 고민하다 전화를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앞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해서,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이나 이익을 박탈하고 불리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르게 되는데, 근로계약의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의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만 해당 부분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취업규칙의 기준이 최저기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사용자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약자인 장애인근로자의 희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절대로 새로운 근로계약서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거나 도장(지장)을 찍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피상담자의 경우, 만의 하나라도 다음번 갱신 시기에 사용자측의 사정이나 이유에 따라 계약갱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해고'가 아니라 '근로계약의 자동해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계약직근로계약으로 변경하기 위해서 어떤 감언이설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1년이 지난 다음에 회사 측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근로계약으로 변경하는데 절대로 동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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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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