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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배우들의 안타까운 '딜레마'

"장애인 배우 양성대학교 설립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5-02 17:02:37
2011 장애인의 날 기념 Hi seoul 장애인 누리한마당 공연 장면. ⓒ신강수 에이블포토로 보기 2011 장애인의 날 기념 Hi seoul 장애인 누리한마당 공연 장면. ⓒ신강수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무대 위 관객들 앞에서 연기는 할 수 있어도 그 한번으로 배우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배우는 자신의 삶이 아닌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고,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과 수많은 연기 경험은 물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4월은 극단도 바쁘고 나 자신도 바쁜 한 달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시청 공연과 모 기업의 초청 공연 등을 다니며 공연을 하다보니 정신없이 한달을 보냈다.

내가 속한 극단 ''의 올해 목표는 창단 10년을 맞이해서 '좀 더 프로 극단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오신 상임 연출님도 목표 달성을 위해 과거보다 훨씬 혹독한 연습량으로 우리 배우들의 연기력을 좀 더 탄탄히 만들기 위해 속된 말로 '빡세게' 연습을 진행 중이다.

연습을 하면서 연습량이 늘어날수록 배우들의 입에서는 쓸개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할 정도로 입에서는 단내의 수준을 넘어선 쓴 물이 나오고,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의 강행군 연습. 그러나 나에게는 이런 과정이 솔직히 피곤하기는 하지만 힘들거나 괴롭지는 않다. 문제는 장애등급이 높은 배우들. 장애등급이 높을수록 '빡쎈' 연습은 이들을 지치게 하고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장애의 특성상 되지 않는 동작을 해야 하는 배우도 있고, 움직임이 어려운데 극의 흐름상 해야만 하는 배우도 있다. 이럴 때 배우들의 입에서는 연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아무리 프로를 지향해도 장애인 극단의 연출이라면 장애인 배우들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고 해야 하는데, 그것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연출도 연출 나름대로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도 배우들에게는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나 보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단장님의 말 중 '장애인 극단에 장애인이 없다'는 말이 새삼 와 가슴에 닿았다. 예전에는 중증장애인 배우들이 몇몇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몸이 안 좋아지고 힘이 들다보니 연극을 그만 두고 극단을 떠났다.

처음 극단 ''에 들어 와서 이런 일들이 생기면서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도 이 고민은 내 머릿속에서 신호등이 사라진 도로처럼 정체되어 있다.

다른 극단에서 비장애인 배우들과 연습을 할 때는 내가 안 되는 동작이나 연기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다. 나 혼자 장애인이었기에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발악하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나는 '노력'이라는 녀석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더욱더 죽기 살기로 연습을 했다.

그러나 ''에 들어와서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장애 특성상 안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연출은 그들에게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되고 나에게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는 사실도 느꼈다. 그리고, 공연 평을 듣게 되면 항상 나의 에너지가 너무 커서 나만 돋보인다는 소리도 듣는다.

난 '혼자 튄다'는 소리가 너무 싫다. 연극이라는 것은 배우들간의 소통과 호흡이 중요한 것인데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표현을 하자니 배우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고 표현을 자제하자니 뭔가 어색한 것 같고. 아직도 난 그 가운데를 찾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고민들 사이에서 또 다른 고민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나의 극단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극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그 꿈은 장애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꿈으로 바뀌었다. 아니 장애인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꿈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의 연출 방법은 비장애인 배우와 함께 하는 연습 패턴으로 보편화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장애인 배우들에게는 매우 힘든 작업. 그러기에 지금 8년 이상 된 장애인 배우들도 힘들어 하는데 과연 초보인 연기자들을 데리고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고민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던 중 때마침 일본 장애인 극단인 '타이헨 극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 극단은 1급 중증 장애인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본 공연은 연극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마임극과 무용극 사이의 극으로, 새로운 대안 찾기에 골몰해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것을 배운 공연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무용이나 마임이 아닌 대사 전달이 되는 연극을 하고 싶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가 아닌 장애인이 아닌 그냥 배우라는 소리를 듣게끔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혹독한 훈련을 해야 하는데, 중증장애인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요즘 장애인 공연인들을 살펴보면 시각장애인들의 노래, 청각장애인들의 수화 공연 등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공연만 있을뿐 정말 몸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의 연극은 보기 힘든 것 같다. 간혹 있어도 행위 예술가이거나 배우 훈련이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는 배우들뿐이다.

러시아에는 장애인 배우들을 위한 대학교가 있다고 한다. 이 학교처럼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배우를 육성하는 학교가 생긴다면 나의 고민은 금방 해결이 될 것 같다. 혹시라도 우리나라에 그런 학교가 생기게 된다면, 학교 설립 일꾼의 선두주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장애인 배우, 비장애인 배우가 아닌 무대 위에서 모두가 하나의 배우가 되는 그날까지 나는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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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신강수 칼럼니스트 신강수블로그 (sks4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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