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91다43138(1992.4.10 선고). ⓒ조호근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사직서 한 두 번쯤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록 제출하지는 못하고 서랍 속이나 휴지통으로 들어가더라도 말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근로자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장애인근로자라면 한번쯤은 당해봤음직한 직장동료나 상사의 무시와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나서 사직서를 쓰고는, 상담센터(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찾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상담자 중에는 홧김에 사직서를 써서 제출하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힘들게 들어간 회사(OO공단)인데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팀장에게 문자로 용서를 구하면서 사직서 철회를 부탁했지만, 이사장의 결재도 나지 않은 상태였는데 무조건 너무 늦었다고 하면서 사직서 철회 요청을 받아주지 않자 상담센터를 찾은 경우가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잘못은 성급하게 사직서를 제출한 피상담자에게 있다. 하지만 사직서를 쓴 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직서 철회 요청을 했는데 안된다고 한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해고로 볼 수도 있다.

법원 판례를 보면,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해서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까지는 사직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물론 사직의사 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회사에 손해를 주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피상담자의 경우 사직서 제출 후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철회를 요청하였고, 사직서를 받은 팀장이 이 시간 내에 사용자(이사장)의 결재까지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철회의사 표시가 사용자에게 손해를 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피상담자가 제출했던 사직서는 철회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법률상 유효하게 철회된 사직의사표시에 대해 회사가 고용관계를 거부한다면 부당해고로 주장할 수도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직서 철회의사가 회사에 확실하게 전달되었는지에 대한 입증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피상담자의 경우 휴대폰에 남아있는 자신이 보낸 해고철회 문자와 팀장으로 부터 받은 문자를 입증자료로 팀장에게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동시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고, 결국 계속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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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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