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포스터. ⓒ심유경

지금부터 9년 전에 “오아시스”영화가 한참 인기였을 때다. 그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받을 만큼 작품성이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는 ‘감동적이다.’ ‘따뜻한 영화인 것 같다.’ ‘극장에 나오면서 이런 게 진짜 사랑일까? 라는 생각을 들었다’ 등 대체로 좋았다. 그렇지만 난 반대다.

“오아시스”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어머니와 같이 극장에서 관람했다. 관람 후 어머니가 처음 내뱉은 한마디는 ‘이게 뭐냐? 이게 영화냐?’다. 기분이 언잖은 표정을 하며 극장에서 나왔다.

내입장이 어머니라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장애를 가진 자식의 어머니라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영화이지만 너무나 충격적이고,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중증장애여성의 억압적인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됐다.

얼마 후 배우 문소리가 TV 연예프로 인터뷰 중 ‘장애인 역할을 어떻게 하셨는지? 그 역할을 하기가 쉽기가 않을 텐데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뇌성마비 여성장애인을 소개받아 한 달 동안 그분의 행동이나 말투, 생각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감을 받았고……작업하는 동안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이런 대답에 대중들은 ‘연기가 대단하다.’ ‘상 받을만한 하다’라고 대부분 칭찬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감동적이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다.

배우가 장애여성의 행동과 말투, 생활을 흉내 내는 것이 마치 광대 짓 하는 것처럼 보였고 영화 속에서 공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불편했다.

특히 장애여성의 삶이 비참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끔 장애여성의 모임에서 “오아시스”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대부분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오아시스”에 네 가지를 묻고 싶다. 첫 번째, “오아시스”에서 장애의 삶이란 무엇이 의미하는가? 두 번째, “오아시스” 영화를 통해 지금 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가? 세 번째, 배우와 감독은 지금의 장애문제를 소통과 토론해본 적이 있는가? 네 번째, 감독은 공주의 삶이 동정과 시혜 또는 억압과 폭력을 보여줘야 하는가?

이 같은 물음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많은 소통과 고민들이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디어에서는 장애에 관한 소재가 가끔 등장하고 있다. 비록 재활, 장애극복, 동정표, 장애의 편견 등 다양하지만 현실적인 장애인 삶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에서 동정과 시혜를 받는 장애인 보다, 이 시대의 당당하고 인간답게 살고 있는 장애인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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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재활학교 졸업 후 몇 년간 직업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한국뇌병변장애인권협회 자원 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장애인권 문제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에서 상근활동가하면서 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통과 고민들이 나누다보니 미디어 속 장애인의 삶을 고민을 해왔다.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청주로 자립해 지역사회에서 장애의 문제와 장애여성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장애인권 활동가로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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