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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 본인부담률 상향조정의 문제점

진료받을 권리도, 건강하게 살 권리도 없는 것일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1-17 09:33:28
며칠 전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 사무실에 나오면서 느긋하게 집어든 무가지를 통해 깜짝 놀랄 뉴스를 읽었다. 상급종합병원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30%에서 60%로 상향조정한다는 것이었다.

기사를 읽은 순간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지금 20만원인 약값이 40만원이 되는데.. 그럼 안 되는데.. ’였다. 함께 일하고 있는 활동가조차 이 기사를 보자 ‘약값 부담이 커지겠네...’ 하고 생각했단다.

장애인과 만성질환자의 현실

2002년 사고 후,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약이다. 끼니는 하루 거를 수 있어도 약은 그럴 수 없다. 약을 먹지 않으면 통증과 이명 등 갖가지 증상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되고 만난 지인들 중 상당수도 통증과 질환 등으로 인해 상시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런 장애인들에게 병원진료와 약은 필수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약제비 본인부담률만 오르는 것이니 동네 의원이나 병원 등을 찾으면 문제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여기에는 복잡한 매커니즘이 가세한다.

장애는 단순한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척수장애만 놓고 보더라도 얼마나 다양한 유형과 증상이 있는지 모른다. 장애의 발생원인이 다양하고(여기에는 수만가지 사고가 포함된다) 신체가 장애를 수용해 적응한 속도와 방식 등이 천차만별이라 같은 척수라고 해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되니 보통 본인이 사고 후 수술과 처방을 받은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고 큰 이변이 없는 한 그 병원에서 계속 진료 받고 처방 받는다. 그곳이 내 장애 특성과 상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성마비장애를 예로 들자면 전문병원이 아니면 치과도 산부인과도 가기 어렵다. 강직성 수축과 마비의 양상이 일정하지 않고 경련 등으로 몸을 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의원이나 병원 등을 찾으면 거부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자기네들은 수용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이다. 근육장애도 마찬가지이다. 근육장애는 보통 희귀질환으로 나타나는데 희귀질환일 경우 취급하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 근육장애로 유명한 교수나 병원 등을 찾아 본인의 상태를 점검받고 진료․처방 받는다.

현실이 이렇기에 감기에만 걸려도 많은 장애인이 상급종합병원을 갈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상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장애를 알고 있는 병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발치하러 치과에 갈 때에도 내 장애를 알고 있는 주치의의 소견이 필요하고 감기로 병원엘 가도 먹고 있는 약과 충돌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필수 요소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나만 보고 전체는 못 보는 건강보험공단

대한병원협회는 앞서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종별로 차등할 경우 의원 외래진찰이 증가하고 약국방문 횟수가 늘어나 건보 재정지출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대형병원 외래환자 집중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보다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저하시키는 부작용만 발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방문당 투약일수도 지난 2009년도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은 45.7일, 종합병원 23.4일, 병원 10.6일, 의원 7.5일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던 환자가 같은 질병으로 의원을 찾을 경우 6회 더 외래진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형병원의 쏠림현상을 완화하지 못하고 환자 본인부담의 증가로 의료접근성 저하 및 보장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대형병원의 처방전을 가지고 의원에 방문해 동일하게 다시 처방받아 약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꼼수가 벌써부터 등장했다.

그렇게 되면 처방전을 받기 위해 외래진료를 중복해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은 고스란히 건강보험공단의 몫으로 남게 된다.

장애인이 살기 위해 복용해야만 하는 약은 최소한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가 늘 통증과 질환에 시달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진료와 약.

대형병원의 쏠림을 억제하기 위해 본임부담률을 증액하는 정책이 과연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것일까? 장애인과 희귀난치성질환자의 건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겐 진료받을 권리도 건강하게 살 권리도 없는 것일까?

*칼럼니스트 박현희는 장애여성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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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현희 (grayment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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