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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를 포기한 정부 여당

발달장애인도 자립생활을!-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12-24 16:28:27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가족이 해야 할 일 외에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발달장애인 개인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지만, 국가적인 지원과 지역사회의 인식변화 없이는 협소한 능력모델로서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한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이 지금은 부족하다고 해도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란 없다’고 가정하여 모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녀의 자립생활을 위한 평생계획을 세워야 한다. 제도적인 지원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운동 과제가 필요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운동과 마찬가지로 국가 제도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이 될 수 밖에 없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소득보장, 주거지원, 활동보조 등 개인서비스, 권리옹호 등의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편적 장애인 복지를 포기한 정부 여당

국내에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과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국가적 지원이 없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가족연대주의와 잔여적인 지원 등 낡은 모델을 따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경우 추가비용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이 되거나, 장애인 자녀를 포기하여 생활시설로 들어가지 않는 한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국가가 장애인 자녀를 유기하거나, 가족 전체가 기초생활 수급생활을 감수하라고 독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족연대주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양육 포기와 이에 따른 보호 및 생활시설 수용 비용을 높혀 국가 재정의 낭비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분리 거주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또는 사회통합 비용)을 낳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의 질은 동시에 떨어진다. 또한 장애인 가족에게 직업생활 보다는 수급권생활을 고착화하여 국가의 생활보장 재정 부담을 높이고 장애인의 고용률을 끌어내려 생산적인 복지에도 역행한다.

올해 장애인 운동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 등급제 폐지와 충분한 개인서비스 예산 지원, 자립생활 지원조례 제정 등 보편적인 복지를 요구하는 투쟁이 거세게 일어났다. 필자도 연말에 복지부와 여당 당사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장애인복지 등 새해 예산을 날치기로 처리한 정부여당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장애인 관련 입법 정비를 촉구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장애인계와 한마디 협의도 없이 새해예산을 단독 강행처리한 여당 당사에 정말 돌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애인운동진영이 제시한 3대 법안 정비(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활동지원법, 장애아동복지법)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이다.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적 요건들

모든 장애인의 개별적인 자립생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고 개인별 욕구에 따른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도 등급제 심사와 자부담을 강화한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시대에 역행하는 입법인 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장애아동복지법>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음에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정말 개탄스럽다. 이 법은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유기와 분리 거주, 생활시설 수용을 정당화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국가가 장애인을 국민으로 인정함으로써 뒤늦게라도 국가다운 자세를 갖추겠다는 선언이다.

장애영유아에 대한 조기중재와 가족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통합하여 살도록 개입하는 것이므로 하루도 늦출 수 없는 입법과제다. 이런 법이 제정되어야만 대통령이 후보시설에 ‘장애유아는 낙태해도 좋다’고 발언하여 호되게 비판받은 사례와 같은 천박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기초 소득보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에 정부 여당이 ‘장애인연금’을 도입한다며 생색을 내더니 결국 장애수당을 이름만 바꿔 허울뿐인 기초 장애인연금을 마련하여 장애인계의 공분을 샀는데, 내년 예산마저도 동결 처리하여 결국 장애인 연금제도는 정부 여당의 지방선거용 포장에 불과하였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집권여당에게 장애인 대중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낸 얘기지만, 장애인 대중들을 기만하여 표를 가로채겠다는 탐욕은 버려야 한다.

‘부양의무제의 덫’에 걸린 장애인 소득보장

직업이 없는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생존 수단으로서 우리나라 빈곤층 소득 보장제도인 <기초생활보장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해서 부양의무제 폐지 등 법 개정이 꼭 필요한데도, 정부여당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 개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족연대주의에 기반한 잔여적인 복지 모델의 골간을 수정해야 한다는 걸 잘 아는지, 신경 쓰는 척도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가족연대가 아닌 모든 개인의 기초 소득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거리가 먼 자산가와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추구해 왔다.

지난 10월, 장애자녀를 둔 가난한 아버지가 노동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생활보장 급여가 지원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여 ‘내가 살아 있어서 자녀가 지원받지 못한다’ 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가슴 아픈 사건을 계기로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이 꾸려졌으며, 필자도 부모활동가로서 ‘내 자식은 내가 부양하면 된다’ 는 안일한 생각을 반성하고 기초법 개정을 위한 공동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최근, 중학교 졸업을 앞 둔 한 발달장애학생 가족을 상담하면서 부양의무제의 폐해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느꼈다. 그 학생의 아버지는 산업재해로 인해 노동능력이 없었고 어머니도 직업 능력이 전무한데도 기초생활 수급을 신청할 수 없었다. “아이의 할아버지가 가진 조그만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며, 아이와 가족의 장래를 생각하며 절망하고 있었다.

조부모를 포함한 직계 가족에게 모든 부양책임을 전가하는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발달장애인이 성인기에 자립할 기회를 봉쇄한다. 그리고 가족에게 부양 부담을 전가시켜 양육포기의 가능성을 높이며, 생활시설에 보내는 계기로 작용한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의 기초생활 보장은 자립생활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제 라는 족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족 전체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생활시설을 선택하는 것이다.

3년 후 성인기로 접어들 그 장애학생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생활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시도했다가 부양의무제의 덫에 걸려 거리로 내몰리게 된 중증장애인들을 지켜보면서 2010년을 마무리해야 한다는게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우리 부모운동 진영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생할을 위해 <발달장애인법>제정을 위한 긴 싸움에 들어갔는데,모든 장애인을 비롯해 차별받는 계급들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할 새로운 정치권력을 만들어 낼 때에나 비로소 희망이 생기는 걸까?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새해에도 얼마나 진전시킬지 모르는 급진적인 꿈을 다시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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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인용 (inyou8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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