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후휴가 신청서. ⓒ고용정보원

얼마 전 우리 상담센터(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에는 자신을 경증지체장애인이라고 밝힌 여성장애인이 상담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피상담자는 현재 출산휴가 중인데, 며칠 전 팀장으로부터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를 당했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출산휴가 중 한 달 치 급여만 지급하겠다고 했고, 그나마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한 달 치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한 경우였다.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에는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에게 산전과 산후를 통하여 90일의 보호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출산하는 여성근로자는 총 90일의 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 휴가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피상담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사직할 것을 강요하고 있지만, 이 경우 절대로 사직서를 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직서를 쓰게 되면 상황이 피상담자에게 불리해 지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측과 만나서 합의를 하는 것이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지만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은 없으며, 정상적으로 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해서 회사 측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피상담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직할 것을 강요한다면, 현실적으로 회사 측과 합의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사실 많은 장애여성 근로자들이 법적인 정당한 권리마저 '회사사정' 때문에 포기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만일 회사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에는, 장애여성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산전후휴가는 총 90일이고, 그 중 산후에 45일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출산 전 적당한 시기에 산전후휴가신청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는 이유는, 회사 측이 산전후휴가 신청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산전후휴가신청서 3부를 가까운 우체국에 가지고 가서, 내용증명으로 발송해달라고 하면, 1부는 회사로 보내고, 1부는 근로자에게 주고, 나머지 1부는 우체국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산전후휴가 신청을 정당하게 했다는 것을 입증해줄 수 있다.

산전후휴가 신청을 하고나서 산전후휴가 시작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휴가를 사용하면 된다. 이때 대규모 기업의 경우 산전후휴가 기간 90일 중 최초 60일은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종전과 같이 사용자가 급여(통상임금)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 나머지 30일도 근로자의 통상임금이 산전후휴가급여 상한액(30일 기준 135만원)보다 높을 경우 사용자가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또 우선지원대상기업(광업 300인 이하, 제조업 500인 이하, 건설업 300인 이하, 운수 · 창고 및 통신업 300인 이하, 기타 100인 이하 사업장 등)의 경우는 산전후휴가 개시일 현재의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90일 동안 최고 405만원(30일 기준 135만원)까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통상임금과의 차액만 사용자가 지급하면 된다.

산전후휴가 급여는 신청서를 작성해서 사업장이나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제출하면 지급받을 수 있으며, 만일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통해 받아낼 수 있다.

이때 산전후휴가 60일 이상을 사용했다는 것을 사용자가 증명(산전후휴가확인서) 해줘야 하는데, 회사 측에서 이를 고의로 해주지 않는다면, 앞에서 발송한 내용증명서를 근거로 해서 직접 증명할 수 있다.

또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르면, 산전후휴가 사용기간과 그 후 30일까지는 "어떠한 이유로도 해고할 수 없는 기간"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해고하게 되면 부당해고가 되고, 해고 금지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할 경우도 부당해고가 된다.

따라서 장애여성 근로자는 회사의 강요나 협박이 있더라도 사직서를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실 회사 측이 반대하는 산전후 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회사 측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지만, 이 불편한 관계는 더 열심히 일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찾는 일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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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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