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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희망'될 수 있어

나와 비슷한 현실의 화상장애인과의 만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10-19 11:28:01
띠리링~띠리링~

“여보세요?”

“한 선생님이세요?”

누가 날 보고 한 선생님이라고 하는가? 난 선생님이란 호칭을 들을만한 사람이 아닌데. 알고 보니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이전에 방송에 나갔던 적이 있는데 일하시는 분이 내 방송을 보고 일하시던 중 문득 생각이 나서 도움을 청하고자 연락이 온 것이다.

내가 도움을 줄 일이 무엇일까? 잠시 내 모습을 보니 줄 것이라곤 뭐하나 변변한 것이 없고 가진 돈이래야 주머니 털어 딸랑 소리 날뿐인데 돈이 없어 내게 전화했을 이는 당연 아닐테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답을 하니 잠시 후 다시 연락을 하겠다며 끊었다.

10분 후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도울 일은 내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해주며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힘과 용기를 주라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기에 그러는 걸까? 궁금했다. 바로 날짜가 잡히고 만나러 가는 길 내게로 피디가 왔고 함께 차를 타고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와 같은 나이에 혼자 어린 두 딸과 함께 살다가 그만 직장에서 사고가 생겨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쩜 이렇게 비슷하게 되어버렸을까? 환경이 비슷해서 더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씩씩한 성격이라 다행인데 아이들을 사고 후 아직 한 번도 못 만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리고 달라져버린 엄마의 흉한 모습에 놀라거나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 되어 망설인 모양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회사 간다고 나갔던 엄마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다면 어른도 놀랄 일인데 말이다.

병원에 도착해 병실을 들어서니 화상전문 병원이라 그런지 낯 설은 모습들은 아니었다. 만나려던 사람은 검사를 받을게 있어 자리를 비운 중이라 같은 병실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을 다친 아주머니 어릴 때 다리에 화상을 입었는데 마흔이 넘어 이제야 재수술을 한 여자분 얼굴을 다친 아줌마 다 다친 경도와 부위는 다르지만 내가 아픈 듯 느껴져 더 살갑게 다가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내내 모두가 금방 웃음바다로 변해버렸다.

병원에 가는 동안 긴장했던 마음은 이내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해졌고 그곳에 환자분들은 그렇게 심한 화상을 입고 살아난 게 아마도 그런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이 있어서 그랬나보다며 같이 분위기가 좋아졌다.

한참이 지난 후 드디어 만나려던 주인공이 들어왔다. 자그마한 중학생 소녀 같은 몸체 나랑 나이가 동갑인데 어쩜 그렇게 어려 보이는지 병원에 오는 동안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이미 내안에 그 아픈 마음이 들어와서인지 가깝게 느껴졌다.

얼굴에 입은 화상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단 눈이 감기질 않아 불편하다고 했는데 그래서 며칠 후 수술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었다.

내가 겪은 경험들 그리고 사회 속으로 나와서 겪어야 할 일들 마음 단단히 먹어야 이겨낸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 관해서는 걱정 말라고 전했다.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보다 더 강하고 스폰지처럼 잘 흡수해서 잘해낼 거라고 그리고 우리 작은 녀석이 말한 것처럼 엄마니까 괜찮다고 할 거라고 했다.

엄마가 당당해야 아이들도 그 감정이 전달 되어 같이 당당해질거라고 보이지 않는 탯줄이 연결 되어 있으니 정서적으로 엄마가 불안하면 어린 아이들은 더 겁낼거라고 용기내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내 모습이 지금처럼 다치고 나서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내 주민등록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 화상흉터가 나보다 훨씬 덜 심하니 걱정 말라고 하며 나중에 더 예뻐지면 나 못생겼다고 안 논다고 하지 말라는 농담도 했다.

정말 사진을 보며 자기가 더 예쁜 거 맞다고 그런다. 하하 손도 한쪽 손만 조금 다치고 다른 손은 정상이고 걷는 것도 이상 없고 정말 걷지도 못하고 잡지도 못하던 나에 비하면 훨씬 좋으니 미래도 나보다 훨씬 더 좋을 거라고 힘 팍팍 주었다.

성격도 긍정적이고 밝은 이 친구가 아직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거울 보는 거란다. 사람으로서 더구나 외모를 크게 생각하는 여자로서 얼굴이 그냥 어느 정도가 아닌 완전 딴 사람 그것도 흉터로 얼룩진 모습으로 변해 있다는 게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난 언제 보았냐고 하길래 난 중환자실에서 한 달반 넘어 잠시 나온 사이 친오빠가 보여주었다고 그것도 작은 손거울이 아닌 화장실 커다란 거울 앞에 휠체어를 대어놓고 보여주었다고 했다.

도저히 가슴이 무너져 내려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지만 그게 나이고 현실이고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누가 날 인정해주겠느냐는 생각에 그래서 그날로 난 나를 받아들였고 사랑했다고 하면서 그 친구도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라고 했다.

같은 아픔을 겪어서인지 다른 사람들에 말보다 더 잘 이해기 되고 좋다고 말해주는 그 친구가 고마웠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흐르는 모습이 가슴이 아렸다. 그렇다고 같이 울면 분위기 묘해질 거 같아 눈물을 닦아주며 웃으라고 했다. 이젠 그 눈물도 아깝다고 이제 살아남았으니 그 동안 못 웃은 웃음 실컷 웃고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사고를 낸 사람도 용서하라고 했다.

원망에 씨앗이 남아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힘들어질 때마다 그 씨앗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럼 원망이 자라 더 고통스러워지게 만들거라고, 원망에 대상을 용서하면 그 원망이 마음에서 사라지고 사고를 낸 그 사람도 그 죄책감에 평생 가슴이 지옥으로 살아갈텐데 그 용서가 그 사람에 삶도 감사하므로 새로운 삶을 살도록 선물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냐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렇게 하겠다는 친구 진심이 느껴져 감사했다.

화상장애, 말로만 들었지 사실 나도 다치기 전에는 본적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그 고통이 심한지 힘든지 불편한지 우리 같은 화상장애인들을 우리가 다치기 전에 거의 만나보지 못한 것은 아마도 사람들에 시선이나 말들이 너무도 힘들어 사회 속에 나와 섞이기가 힘들어 그런 거 같지 않으냐며 그 친구에게 말하니 역시 그 친구도 심한 화상 장애인을 본적이 없는 거 같다고 했다.

그래 그럼 우리가 당당하게 멋지게 용기 있게 가리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나가 보여주고 어울리고 해서 사람들의 인식도 바꿔주고 우리도 더 자유롭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렇게 해나가자고 하며 손을 잡아주니 그 친구도 내 구부러진 손을 꼭 잡으며 오케이 한다.

다른 이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당한 상황이라 병원비며 생활비 당장 곤란해지게 되어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거 같아 내가 도움을 많이 받은 범죄 피해자지원센터도 알려주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거 같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적인 면이나 주거 의료등 도움을 다양하게 주고 있어 특히 장애인들은 더 많은 범죄에 노출 되어 보호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정말 좋은 곳이라 이야기를 해주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가 먼저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그 몫을 잘 감당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란 건방진 착각을 해본다. 또한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내 경험들이 도움이 되어서 막막한 길에 조금은 희망의 빛이 드리워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나만이 아니라 많은 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느 자리에서든 누군가에게 희망의 대상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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