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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앞에서 누군들 불편하지 않으랴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10-02 10:49:43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획한다, 인권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여섯 개의 시선(2003년), 십시일반(2003년), 눈 · 밖에 ․ 나다(2003년),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2004년), 별별 이야기(2005년), 사이시옷(2006년),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2006년), 길에서 만난 세상(2006년), 시선 1318(2008년), 날아라 펭귄(2009년), 보이지 않는 사람들 - 길에서 만난 세상2(2009년)….

모두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작이다. 그간 단편 영화부터 만화, 사진집, 동화, 애니메이션, 시집, 르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대개는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그치고 집안 잔치에 불과한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은 좋으나 결과물은 대중성과 상상력의 부족으로 목표로 했던 대중에게 외면당한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기획하고 만들고 홍보를 멈추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인권을 돌아보다

올해의 기획작은 어떨까.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는 전작인 ‘불멸의 신성가족’으로 깊은 인상을 준 저자에 대한 믿음에서 선뜻 기대를 걸었다.

청소년, 성적소수자, 여성, 장애인 인권처럼 일상적인 문제부터 노동자, 종교와 병역거부, 검열 등 국가권력의 문제를 거쳐 인종차별과 제노사이드 같은 국제적인 문제까지 폭넓고 깊게 아우른다.

영화 ‘오아시스’, ‘날아라 펭귄’, ‘밀크(2008년, 미국)’ 등 인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영화부터 인권과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300(2006년. 미국)’, ‘와니와 준하(2001년, 한국)’, ‘S다이어리(2004년. 한국)’, 빌리 엘리어트(2000년. 영국),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년. 한국)’ 등에서도 인권감수성을 드러낸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사회가 장애인을 비롯해서 사회적 소수자,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마이너리티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잔인한 속내를 드러내는 도구로 가장 쉽고 만만한 영화와 드라마라는 장르를 빌려온 것이다.

영화가 가진 스펙트럼은 광범위하고 한계가 없다. 서점에 가 보면 영화 속 미술, 영화 속 음악, 영화 속 역사 및 인물, 영화 속 의학, 영화 속 법(학), 심리학 등 무궁무진하다.

이처럼 인간들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영화에서, 혹은 드라마에서 인권에 대한 실마리를 끄집어내 말할 여지 또한 무궁무진하지 않겠는가. COOL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회적 소수자의 반대급부에 살고 있을 혹자는 또 인권이냐, 식상하니까 하나마나한 뻔한 소리 지겹다, 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인권은 항상,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심지어 그렇게 말하는 cool한 당신에게도) 당면한 시급한 문제이자 생명을 지키는 것과 동급이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을 대접하라

이미 기득권자로 보이는 저자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 것이며 안다 해도 얼마나 공감할 것인가 하는 의심은 일단 접어두고 책을 읽어 보자. 경험자만이 안다는 (일견 맞기도 하는) 소견을 잠시 잊고 내용에 집중해 보면 영화와 드라마라는 장르는 어려운 주제와 목적이 있음에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만큼 접근이 쉽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권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길 바라는 것’이다. 쉽지만 어려운 말이다. 애티커스 핀치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인권감수성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역지사지(易地思之) -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 - 와도 일맥상통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그래도 실천하라는 의미다, 그대가 인간이라면.

인권감수성의 한계, 그 불편함을 감수하라

인권감수성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개인의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발달한다. 아마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한계일 것이다. 그 한계를 이겨내려면 타인의 경험을 똑바로 그리고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매일매일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타인의 경험을 보고 있다. 저자 역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인권감수성을 날카롭게 벼린다. 자기 자신과 주변 지인들, 그리고 유명인들의 경험담을 섞어 이야기한다. 인권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기보다 생활에서 가장 가깝고 친근한 것에서 재발견한다.

편견의 출발점에서 인권을 이야기하다

편견의 출발점은 사회적 소수자와 그 대척점에 있는 기득권자들의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에 있다. 인간의 역사는 후자만이 그 기준을 정하고 평가함으로써 비극을 낳고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편견은 배척과 소외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예컨대 당연히 가져야 할 교육과 직업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놓고 장애인을 사회적 무능력자로 낙인찍어 사회로부터 보호가 필요하거나 격리의 대상으로 삶을 규정해버리거나 동성애를 혐오스러운 병균체로 사회를 오염시키거나 격리가 필요한 정신병으로 치부하는 등의 주의주장이 아직도 사회에서 당연시되고 있다.

영화 <밀크>에서 주인공 하비 밀크는 토론 중에 상대방이 ‘교사 중에 게이가 많으며 그들은 학생들을 동성애자가 되게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공격하자 이렇게 반문한다.

“동성애를 어떻게 가르칩니까? 프랑스어를 가르치듯이 그냥 가르치면 되는 겁니까? ...... 나는 지독한 이성애자 사회에서 이성애자 부모로부터 태어나 이성애자 선생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도 왜 이성애자가 되지 못했을까요?”

하비 밀크의 반문은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며 이상한 이 사회가 대답해줘야 할 책임이 있어 더욱 정곡을 찌른 것이다.

인권은 저 너머에

사회적 소수자란 대개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에서 남과 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일 뿐이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멋지게 느껴지는 말이 아닌가.

너무 교과서적인 표현이지만 교과서란 원래 그런 말들로 가득찬 책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사회적으로 옳고 정치적으로도 옳은 것은 언제나 진실처럼 ’저 너머에’에 있는 법이다. 징그럽기 짝이 없는 불평등과 편견과 소외와 배척이 당연한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여담이지만 필자는 아직도 영화 속의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할 때 국내 영화로는 ‘오아시스(2002년. 한국)’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오아시스’의 옳음과 그름을 떠나서 이미 8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그것을 뛰어넘는 영화가 없다니. 그렇기는 커녕 버금가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이 정말 아쉽다.

*칼럼니스트 최해선은 시크한 매력의 장애여성으로 장애여성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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