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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도 자립생활을- ⑥장애정도 관계없이 누구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9-17 10:36:45
2007년 방한한 미국의 탈시설 부모운동가 캐시(Cathy Ficker Terril)는 국가인권위원회 토론회에서 ‘정부 운영시설을 폐쇄하고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지원기반을 구축하자(Closure of Government Operated Institutions and Building Inclusive Community Supports)’는 강연을 하며 지역사회 거주의 당위성을 이렇게 강변했다.

“시설은 곧 차별이다. 시설은 사람을 분리시킨다. 시설은 사람들을 그의 의지에 반해서 감금해 놓는다. 시설은 사회참여에 대한 장벽이다. 시설은 가정, 지역사회, 인간의 자유에 대해 반대되는 것이다. 누구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장애의 정도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

대다수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적장애인들이 시설 보다는 지역사회에서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고,‘장애의 정도에 관계없이 누구나’지역사회에서 차별없이 자립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확고한 신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립생활은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

부모들에게 발달장애인들도 자립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발달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이 가능할까요?”라고 되묻는 분들이 많다. 또는“장애가 가벼워 뭐가 되는 이들은 가능하겠지만, 장애가 심한 이들은 안되겠지요”라며 자립생활을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통속적인 홀로서기 능력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

비장애인들에게 적용되는 사회경제적 독립, 주거와 생활의 독립은 엄밀히 말하면, 자립생활이 아니라 자립능력을 의미한다. 한마디로‘당신은 자립할 능력이 있느냐’고 능력을 따지는‘능력 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가족에게서 독립하여 자기 주거지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성인기 비장애인들의 통속적인 자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립생활은 앞서 캐시가 역설한 대로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갈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의미하는‘권리 모델’이다. 그런데도 장애인 부모들 뿐만 아니라 복지활동가들 조차도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권리가 아니라 자립 능력의 문제로 자꾸 혼동한다.

이것은 서구에서 들여온 자립생활 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원인도 있지만, 기존의 재활모델에 오염된 사고들이 자꾸만 장애인의 자립을 능력과 기능의 문제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립생활은 장애의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의 자립생활 가능성을 존중하고, 개인 마다 가진 자립생활의 다양한 수준과 방식들에 맞게 능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의 정도가 다르다고, 자립능력이 다르다고 자립생활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의 원리1-의존을 유발하지 않는 지원

자립생활운동의 선구자인 미국 에드 로버트(Edward Roberts)는 자립을‘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라고 정의했다. 미국자립생활협의회(NCIL)는 자립생활을‘삶에 대한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타인의 개입 또는 보호를 최소화하여 스스로 삶에 대하여 선택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장애인 자립생활의 의미는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지역사회에서 시민권을 가진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사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자기결정권)를 가진다는 데서 출발한다.

근래 자립생활은 어떤 장애인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일상생활을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근래의 장애인 운동의 이념이자, 장애인 정책 및 서비스 패러다임이 되어왔다.

그렇다면 중증의 발달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은 흔히 지원생활(Supported Living)을 의미하는데, 지지지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주거공간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가 어디에서, 언제까지 어떤 지원을 받으면서, 누구와 살 것인지 선택하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지지적인 환경 기반(소득, 주택, 개인돌보미, 후견인, 권리옹호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지원 생활은 의존을 유발하지 않는 서비스 지원(Nondependency creating services)의 원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는 발달장애인이 지원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서비스를 통제하거나 줄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원서비스에 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들도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을 옹호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지원하면 의존성을 줄여 나갈 수 있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의 원리2-권리옹호와 자기결정 지원

대체로 발달장애인들은 자기 통제와 자기선택 능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더 자기결정 권리를 옹호하고 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에서는 권리옹호 제도(P&A, Protection and Advocacy System) 라고 불리는 지지망이 필수적이며,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개인적인 옹호관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나아가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할 수 있도록 자기옹호운동(people first)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나 복지활동가들은 종종“그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요!”라며 발달장애인들의 의사소통 가능성을 무시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울거나 소리칠 때, 그 행동과 얼굴 표정을 보고 메시지를 해석하는 등 의사소통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이 의사소통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오히려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나 시각적인 보조물 등을 활용하여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 능력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인들이 의사소통에 있어 소외를 느끼지 않도록 그림과 같은 상징이나 보조물, 전략과 기술들을 사용하는 보완적이고 대체적인 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방법을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 사회는 가족과 시설 보호에만 익숙하고, 다양한 발달장애인 주거모델과 자립생활 지원제도가 취약해 지원생활을 시도하기가 아직도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의존을 유발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원리, 자기결정에 대한 존중과 의사결정 및 의사표현 지원 원칙은 가족 내에서나 성인기 이전에도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아주 인간적인 요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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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인용 (inyou8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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