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70대 할머니가 지적장애인 아들과 동반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할머니가 남긴 유서에는 "내가 죽을 때 아들도 함께 죽어야 가족들에게 짐이 안된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평소 할머니는 20년 전, 교통사고 이후 지적장애를 앓게 된 아들과 함께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장애인에게도 육체적, 정신적 자유가 있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생과 사를 선택하는 권리는 당연하게 주어져야 하는데 부모란 이름으로, 그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지적 수준이 모자라지만 당신의 아들인데 ‘짐 덩어리’라고 칭할 수 있을까?

중복장애를 가진 나는 어쩌면 육체가 건강한 지적장애인보다 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런 나를 가족들 역시 ‘짐 덩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족은 나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먼저 선백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그리고 ‘장애인’이기보다는 딸로, 동생으로 먼저 생각해준다.

중도장애를 입었음에도 비장애인 학생들과 비교당하고, 경쟁하면서 일반 교육을 받아온 나는 가끔 다른 장애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깜짝 놀래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인 장애를 입었음에도 아직까지도 가족들이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고, 숨기는 이야기나 가족의 행사에 대놓고 장애인 가족을 둔 집안에게는 초대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나와 대학교를 함께 다닌 발달 장애인 친구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친구 어머니께서는 늘 입버릇처럼 당신의 죽음 후에 친구를 걱정하신다.

그런 친구 어머니의 걱정이 처음에는 내 일처럼 와 닿았지만, 자주 들으니 때로는 신경질이 난다. 요즘은 장애인도 자신의 가치를 키우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충분히 누구의 보호 아래 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이 보편화 되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반복과 학습에 의해 신체 장애인 뿐만 아닌 지적 장애인들의 자립생활도 가능하다고 본다.

며칠 전, 병원에서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의‘후견인 제도 도입 서명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머니의 심정으로 당신들이 없을 때,장애아동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 눈에 비친 모습은 왠지 당신들이 없을 미래에 타인에게 장애 아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장애 아동이 물건인 양 떠맡기려는 기분이 들었다.

비장애인들에 비하여 신체가 온전치 않은 장애인들에게 부모 혹은 가족이 떠난 뒤에 돌보아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을 사실이고, 현실적으로도 맞는 의견이다. 하지만 후견인을 정하려 하기 전에 장애인들에게 학습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유태인 부모들은 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장애인의 부모들도 당신의 자식들이 누구에게 짐 덩어리가 되기 전에 혼자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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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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