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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퉁수 우리 비행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9-13 10:56:02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멀리 멀리 날아라.
우리 비행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는 걸음걸이, 정확하지 않은 발음에 느릿느릿한 말투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내 마음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이 있다. 느림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빨리 움직이라고 비행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비행기가 기쁨나무 작업장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7월부터였다. 들어 당시 장애인등록증에는 정신지체 3급으로 되어 있었다. 장애 등급이 높을수록 정부로부터 혜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어머니의 급한 마음에 재등급을 받은 결과 정신지체 2급이 되었다. 3급에서 2급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돌아온 이익은 없었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이용하는 비행기의 경우 교통비는 별 도움이 안 되었고, 아버지와 비행기의 공동명의 자동차의 면세를 받는 정도였다.

장애인연금은 반가운 손님

부모님 생각에 언제까지 아들의 곁을 지켜주지 못할 시간이 올 경우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중증 우선 혜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느리게 떠다니는 비행기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애인연금제도가 시행된다고 연금신청을 하라고 쪽지가 날아왔는데, 우리 비행기도 해당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2001년에 장애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2007년 이전에 받은 사람은 다시 받아야 하는데 자기 부담액은 있지만 신청해 보세요.”

칠순을 넘기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장애인연금제도 시행에 대해서 반가워했다. 누나 2명, 형 1명 모두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 떠났고, 현재 부모곁을 지켜주는 자식은 비행기뿐이다. 비행기의 수입과 비행기 아버지의 경비직 수입으로 알뜰살뜰 살림을 살고 있는 비행기 어머니에게 장애인연금은 여름철 삼복더위였지만 너무나 반가운 손님이었던 것이다. 그 손님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 마음을 사로잡을까 고심했을 것이다.

집에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는 ‘방안 퉁수’

거주 지역 주민센터에 장애인연금 신청서를 내서 통과되었고, 장애등급을 다시 받아오라고 통보가 왔다. 비행기는 기쁨나무 작업장에 하루 휴가를 내고 장애 진단을 받기 위해서 집 가까운 신경정신과로 갔다. 인지, 사회성숙도 검사가 이루어졌고 검사 결과는 열흘 후에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2급이 아닌 3급으로 조정되어 나왔다. 중증장애인연금제도와 중증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혜택만 없다면 3급으로 향상된 것을 축하해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3급에게 중복장애 아닌 경우 장애인연금신청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지적장애 2급에서 영구적으로 타인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한 1급으로 하락된 것을 슬퍼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뻐하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비행기 어머니는 장애진단 결과에 대한 심사결정권자인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3급이면 뭐해요. 집에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는 방안 퉁수예요.”

보통 안에서 잘난 체 큰소리 뻥뻥치면서 밖에 나가면 말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방안 퉁수'라고 하는데, 우리 비행기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16강 때 누구보다도 열심히 텔레비전을 보면서 남아공화국을 응원하며 뛰어다녔고, 개그콘서트의 개그를 구사할 정도로 인지는 높다. 그러나 방안에서만 혼자 있을 때뿐이다. 집 바깥에만 나가게 되면 헤매고 다른 사람에게 말 한마디도 붙이지 못한다.

이런 아들의 속성을 아는지라 비행기 어머니는 내 집으로 들어오려고 했다가 다른 집으로 달아난 손님에 대한 안타까움에 얼마나 애통하였는지 목도 잠겼다. 부모님은 점차 노쇠하여 경제적 능력이 없고, 멀리 있는 누나나 형이 비행기를 데리고 가서 살 수도 없다. 비행기는 방 안에서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의 현실 과제에 닥쳤을 때 대처능력은 없다.

날지 못하는 우리 비행기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지적장애인(知的障碍人)이란 정신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의 적응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이다. 명백히 평균이하의 지적 기능을 지닌 자(개별적으로 실시한 지능 테스트의 지능지수가 대략 70이하 상당)로 예전에는 정신박약아 또는 정신지체인이라고 하였으나 이 호칭이 부적당하다고 하여 지적장애인으로 대체되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도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1급, 2급, 3급을 중증장애인의 범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애인연금 지급에 있어서 2급은 대상이 되고 3급은 안된다고 하는 것은 지적장애인의 지적인 기능에만 치중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적인 기능과 더불어 현실 조정 능력을 감안해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 방안 퉁수인 우리 비행기는 지적장애인으로서는 최고의 점수 3급을 받았지만 조종석에만 앉아 자리를 지킬 뿐 불안해서 날지 못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배희는 기쁨나무장애인작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배희 (grayment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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