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는 노동문제의 중요한 입증자료가 될 수 있다.ⓒ조호근

근로자가 노동현장에서 부당해고나 임금체불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이를 입증해야만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 비해 약자인 근로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장애인근로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에도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입증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당하다 찾아온 피상담자가 많이 있는데, 이 경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녹취다.

노동상담을 하면서 입증자료가 부족한 피상담자에게 녹취를 권하기도 하는데,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대화내용을 녹음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와 녹음된 내용이 증거자료로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 피상담자가가 많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모두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및 제14조 제1항에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법이 금지하는 내용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개된 타인간의 대화'나 '공개된 당사자 간의 대화' 나 '공개되지 않은 당사자 간의 대화'는 금지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자신과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이 녹음하거나 청취한다면 처벌대상이지만,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상대방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것은 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이 증거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인데,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를 보면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당사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불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증거력이 있다.

실제로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녹음된 대화내용을 녹취하여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경우, 증거확보가 어려운 장애인에게 유리한 자료로 인정되어 구제를 받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입증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라면 녹취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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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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