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씨! 가족들이랑 뮤지컬 볼래요?”
얼마 전, 뮤지컬을 볼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의 전화에 나는 멈칫했다. 솔직히 나는 뮤지컬에 대한 아픈 추억으로,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 시절, 뮤지컬에 관련된 과목을 들은 적이 있다. 음악대학의 수업이었기에 뮤지컬 음악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졌지만, 뮤지컬이란 대사와 동작을 빼놓을 수 없는 예술 장르이다. 실기 시험에서 비장애인 친구들에 비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던 나는 4년 내내 받아보지 못한 최악의 점수를 받고야 말았다. 그로 인해 장학금을 탈 수 없었던 나는 그 과목 교수님께 정중히 항의를 해보기도 했고, 애타게 애원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장애학생을 맡아보신 적이 없어서 인지 나의 성적 이의 신청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매우 난감해 하셨다. 그 사건은 내가 그 과목 학점 포기를 한 후에야 마무리 되었다.
“엄마! 금요일에 뮤지컬 보실래요?”
뮤지컬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어머니께 말을 건넸다.
“좋지! 너의 오빠도 왔는데 같이 보면 좋지!”
학창시절, 연극을 하신 어머니께서는 누구보다 더 공연을 좋아하신다. 시간이 나면 일부러 대학로에 나와 혼자라도 공연을 보실 정도이니 말이다. 어머니와 성향이 비슷한 나 역시 음악회나 연극 등의 공연을 좋아한다.
‘독립연대’의 주관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장애인 가족 250명을 초청하였다. 키스앤메이크업(kiss and make up). 이 뮤지컬은 박해미 씨의 출연으로 인기리에 공연 중이었다. ‘화해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뮤지컬은 위장 이혼한 부부가 위기를 겪고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 코믹 뮤지컬이다. 공연 내내 입이 찢어지게 웃었고, 나오면서 배꼽이 제자리에 붙어있는지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공연은 좋았지만, 공연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험난했다.
“빛나 씨! 계단이 좀 많은데…. 괜찮겠어요?”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다른 사람이 부축해주면 걸을 수 있기에 동행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소극장들이 그러하듯,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도 그 곳은 지하 2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공연장까지 가기 위해서 10여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 또 공연장에서도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잡아야 했고, 개인의 의견보다는 의자가 없는 공간에 앉아 같이 온 가족들과 함께 앉지 못하고 소외감을 받아야 했다. 정말 그런 광경을 보면서 내가 재벌집 딸이라면 장애인들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극장을 만들고 싶었다.
장애인에게 접근이 어려운 대학로 소극장에서 나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예술 경영’에 늘 관심이 있었는데, ‘예술 경영’에 대한 더욱 전문적인 공부와 경험으로 장애인 전문 소극장을 설립하고, 경영하고 싶어졌다.
아직은 아무 것도 확실해진 것이 없지만, 나의 확신과 노력이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읽는 책에서 ‘꿈은 자주 시각화해야 이루어진다’는 구절을 읽었다. 내 새로운 꿈을 자주 머릿속에 그리고, 말하면서 현실화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