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러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만큼 편식 또한 심하다. 제목에 끌려 보게 되더라도 1~2번 보다가 이야기의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채널을 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냉정하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얼마 전부터 주말 저녁이면 나를 설레게 하는 드라마가 생겼다 앉는다. 바로 SBS TV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대가족, 그 속엔 재혼 가정의 문제와 19세기형 할아버지의 모습 등이 비춰지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의사인 큰아들과 사진작가와의 동성애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 교회 언론회는 동성애 미화,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논평을 내보냈고, 다른 기독교 단체에서는 신문 광고를 게재해 '추악한 드라마를 계속 내보내면 시청거부운동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이다. 어떤 병을 앓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고통을 겪는 가족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족 드라마의 역할이다. 작가는 이토록 어렵고 예민한 동성애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결국 가족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을 해야 서로 상처를 받지 않고 그 문제를 가족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자신이 차마 동성애자라고 밝히지 못하고 있을 때, 큰 아들은 철저히 타자이자 외계인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양어머니께 커밍아웃하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자 양어머니는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사실을 부인에게 전해들은 아버지 역시 아들을 탓하기 보다는 자식의 앞날을 걱정해주고 아들을 껴안아준다. 외계인처럼 겉돌던 아들은 부모님이 껴안아 줌으로 인해 비로소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동성애를 낯설다 못해 거북하게 바라본 시청자들의 시점을 가족의 시점으로 가족 사랑의 묘약을 보여주는 가족 드라마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나의 지난날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10년 전, 장애를 입고 다시 만난 세상은 나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솔직히 ‘빛나야 네가 최고야! 최고!’하면서 살갑게 굴던 친구들은 물론 여러 주위 사람들은 나를 떠났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아이처럼 모든 것이 무서웠다. 아무 것도 내 힘으로 할 수 없을 때,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준 것은 가족이었다.

아버지는 23년간 다니시던 직장을 퇴직하면서까지 나의 지팡이가 되어 주셨다. 어머니께서 내 장애를 인정하시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이나 여러 가지 활동으로 교내외 활발한 활동을 했던 내가 순식간에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방 안에 쳐박혀 있던 점이 쉽게 용납되지 않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 모두 내 든든한 후원자로 어딘가를 다닐 때면 육체적 지주인 아버지, 정신적 지주인 어머니와 함께 다니길 즐긴다. 부모님께서는 스물다섯이나 돼서 징그럽다고 손사래 치지만 나의 힘은 든든한 가족 아닐까?

가족이란 태어나서 처음 만나게 되는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고향과도 같이 따뜻한 순수 집단이다.

나에게 가족은 공기와 같다. 늘 옆에 있기에 쉽게 누릴 수 있기에 그 감사함을 종종 잊어 버리게 된다. 하지만 공기가 없어지며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찾아오듯이 가족도 함께 할 수 없게 되면 마음은 숨 막히는 고통에 휩싸이게 된다. 이제부터는 가족을 가까이에 있다고 너무 편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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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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