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립은 새로운 관계 맺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독립 이후 나는 많은 사람과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 살고 있다. 또한 독립을 하게 되면 기존 사람들과의 관계가 재설정되기도 한다. 그 재설정은 가장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가족부터 시작된다.

독립하기 전에는 가족들에게 나는 무거운 짐 같은 존재였고, 언젠가는 떠맡게 될 부담스런 존재였다. 그리고 항상 귀찮게 무엇을 요구하고 고집불통에 소리만 질러대는 못된 장애인으로만 인식되었을 것이다. 가족은 가족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에게 불만만 가득한 체 지냈어야 했다. 이런 불편했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장애란 굴레 속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부담감이 컸기에 가족도 나도 친절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원히 서로에게 친절하지 못 할 것 같은 가족과의 관계는 내가 집을 떠난 뒤 부딪힐 일이 줄어들면서 점차 달라지고 했다. 내가 하는 일에 크게 간섭도 안 받게 되었으며, 가족 일에 오히려 내가 참견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늘 가족과 마찰을 일으키던 기존 상황적 환경이 변하였기에 가족과의 관계가 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변해갔다. 그 변화는 내 개인적인 조건과 사회적인 조건이 변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

나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 했다. 그래서 또래 친구가 별로 없었지만 각종 모임에서 만난 언니, 오빠, 동생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 혼자 집에 갇혀 있었던 시간이 많아서인지 난 항상 사람이 그리웠고 사람에 목 말려 했다.

하지만 그런 내가 독립하고 단체 상근활동을 하면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혹은 바쁘다는 이유로 모임에도 못 가고, 연락도 못 하면서 멀어져 갔다. 그런데 독립하고 몇 해를 넘길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그러한 관계 맺기는 쉽지 않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짐으로써 나도 모르게 생겨난 사람에 대한 두려움 즉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맘과 함께 편견 아닌 편견을 갖게 되었다. 특히 활동보조인들을 많이 만나 오면서 간혹 불성실함과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탓에 인간에 대한 신뢰가 많이 없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 사람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활동보조 제도가 일회성 활동으로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부정수급만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너무 허술한 제도적인 장치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없어진 신뢰를 다시 찾을 노력을 하며 남아 있는 신뢰를 잘 관리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독립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나의 독립을 지지해 주고 함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제도적인 지원보다 더 필요한 일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만큼 비장애 중심의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이 독립해서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지 않은 삶일 수도 있고, 세상과 힘겨운 싸움을 매일매일 해야 하는 매우 피곤한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즐겁지만은 않은 독립을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내겐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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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 나이는 서른 살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족들 곁을 떠나서 혼자 독립을 시작한지 6년째 되어갑니다. 남들은 저한데 ‘너 참 까칠하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럼 저는 ‘이 까칠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까칠해질 수밖에 없다고!’라고 답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중증장애여성으로 까칠하게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삶의 대한 고민을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앞으로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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