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님, 바닥과 책상 좀 닦아야겠어요. 먼지가 많이 내려앉았어요.”

“예, 관장님, 닦아 놓겠습니다.”

내가 관장을 맡고 있는 도서관에 며칠 만에 방문하여 업무를 보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손끝에 자글자글한 감촉이 느껴졌고, 발바닥으로 바닥을 슬쩍 밀어보니 그것도 역시 지글지글했다.

나는 박 선생을 불렀다.

“박 선생님, 우리 도서관은 점자책을 많이 출력하기 때문에 종이먼지가 많이 날려요. 그래서 책상이나 바닥을 매일 물걸레로 닦아야 해요.”

“네, 잘 알았습니다.”

박 선생은 우리 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라 이곳의 특성을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보통 하는 식으로 물걸레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하고 평소에는 빗질과 물건 정리만 했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지적해 주었다. 잠시 후 박 선생이 다가와 물었다.

“관장님, 죄송스러운 질문인데요. 바닥이나 책상 위에 먼지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아세요? 저는 바닥이나 책상이 깨끗해 보이기에 물걸레질을 생략했었거든요.”

궁금할 만 했다. 볼 줄 아는 박 선생에게 안 보이던 먼지가 볼 수 없는 내게는 보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발끝이나 손끝이 예민해서 무엇이 조금만 묻어 있어도 금방 알아요. 먼지 같은 경우도 바닥은 발로 슬쩍 밀어보고 책상 위는 손가락 끝으로 살짝 문질러보면 금방 감촉이 느껴지거든요.”

그 말을 들은 박 선생은 청소를 안 해놓고 했다는 거짓말도 못하겠다며 호호 웃었다. 나는 내친 김에 나의 청소상태 감지 능력에 대해 몇 가지 더 말해 주었다.

“나는 사우나탕 욕조 청소상태도 잘 맞추어요.”

“어떻게요?”

“탕 속에 손을 집어넣고 바닥이나 벽을 손끝으로 살짝 문질러보면 알죠. 청소상태가 불량하면 바닥이나 벽면에 물이끼가 끼어서 미끌미끌하거든요.”

“관장님은 못 속이겠네요.”

“그런 식으로 승용차 창문이나 차 외부의 청소상태도 알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새로운 것을 알았네요.”

“시각장애인이 사는 집안은 청소상태가 불량하여 지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해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청소 정도는 스스로 다 할 수 있어요.”

“눈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청소를 해요?”

“박 선생님도 집에서 눈을 감거나 밤에 전등불을 소등한 채 빗질이나 물걸레질을 한번 해보세요.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지거든요. 그러다가 잘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런 저런 청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박 선생은 이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관장님, 앞으로 책상과 바닥을 매일 물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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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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