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에게 처음으로 받는 선물이다. 이름은 인격체를 형성하고 그 사람을 나타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이름 역시 어머니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다. 중학교 국어교사이셨던 어머니는 실력을 발휘하셔서 순 한글이름으로 늘 빛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내 이름을 지어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이름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1986년에 한글 이름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돌림자를 쓰는 한자 이름이었기에 한자로 이름을 쓰는 친구들과 달리 한글이름인 내 이름이 너무 튀는 것 같았고, 나 혼자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빛나리’라는 개그맨의 등장으로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고, 소리나는 대로 ‘빗나간다’라고 놀림을 당해 어머니께 개명을 해달라고 조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나는 교내외 글짓기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내가 있는 자리는 늘 빛이 찬란했다. 그래서 이름값을 한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뇌종양으로 장애를 입고, 아버지께서는 이름이 너무 세서 안 좋은 일을 당한 것 같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신 어머니는 내가 장애를 입은 것이 이름을 잘못 지은 당신의 탓인 것만 같아 아무도 모르게 작명소를 찾아가셨다. 그리고 가족들의 합의 하에 ‘민정’이란 이름으로 나는 다시 태어났다. ‘구슬 민 옥돌 정’ 자를 쓰는 그렇게 갖고 싶던 한자이름이었다. 새 이름을 천 번 불러주면 좋다는 말에 가족들은 앞 다퉈 나의 새로운 이름을 불렀다.

“민정아! 뭐하고 있니? 민정아, 밥 먹자! 빨리 와! 민정아!”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새 이름은 항상 새롭기만 할 뿐, 내 이름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친구들 역시,

“야~ 이상해! 민정이란 이름은 너무 흔하고 촌스럽지 않니? 너한텐 ‘빛나’라는 이름이 더 어울려!!”

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16년 동안 불려온 이름을 버린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고민 끝에 부모님께 말했다.

“엄마! 아빠!! 나 그냥 ‘빛나’할래요!!”

얼마 전, 장애인 콜택시 기사 분의 이름이 매우 특이했다. 여자 기사 분임에도 딱 듣기에도 남자이름을 갖고 계셨다.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어머! 이름이 참 특이하시네요?”

어머니의 말씀에 기사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뛰어넘은 도인의 자세로 말씀하셨다.

“네, 제가 남자 형제가 많아요. 그리고 예전 어른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이름을 성의 없이 지으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개명도 해보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살려고요. 어디서 들었는데, 사람이 타고난 팔자는 어쩔 수 없대요. 이름은 그 사람을 포장하는 포장지 격이고요. 그리고 사주팔자가 센 사람일수록 가벼운 이름이 좋대요. 우리가 비싼 선물을 한지로 포장하듯이….”

기사님과 어머니의 대화를 들으면서 좋은 이름이란 듣기에도 좋고, 부르기에도 좋은 이름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동안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내 이름에 감사함을 느꼈다. 학교에 다니던 때도, 지금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제일 처음 듣는 소리는 이름에 대한 칭찬이다.

“이름이 정말 예쁘시네요. 빛나씨는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아요.”

한때는 불만을 갖기도 했고, 내 이름을 지어주신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는 내 이름이 나를 나타내주는 좋은 그릇 같아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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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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