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오전 10시 30분 송도 쉐라톤인천호텔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10년과 장애인인권’ 국제세미나 장면. 장애인당사자단체들이 ‘우리를 빼고 우리에 대해 논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s us)'는 슬로건 아래 또다시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여성네트워크

장애인들이 송도에 모인 이유

2012년,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정부간 고위급회의'가 한국에서 열릴 모양이다. ESCAP 정부 간 고위급회의는 제2차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 10년 계획(2003∼2012년)'을 최종 평가하기 위한 회의로서 13일~19일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열렸던 제66차 ESCAP 총회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제66차 ESCAP 총회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5월 19일(수) 오전 10시 30분 송도 쉐라톤인천호텔(Grand Ballroom 1)에서는 장애인당사자단체들이 모여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10년과 장애인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장애인당사자단체들이 ‘우리를 빼고 우리에 대해 논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s us)는 슬로건 아래 또다시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인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10년

제2차 아ㆍ태장애인10년을 평가하고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작 장애인당사자는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 문제의 전문가는 장애인당사자이건만 정부는 우리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만을 존중하는 구태의연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의 장애인당사자단체들은 ‘아·태장애인 10년 준비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한국DPI, 한국작은키모임,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화상장애인협회(준), 장애인여성네트워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등 11개 장애인당사자단체로 구성된 연대회의는 5월 19일 국제세미나가 열린 송도 쉐라톤인천호텔에서 발족식을 갖고 2012년으로 마무리되는 제2차 아·태장애인 10년을 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평가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와 입장을 반영한 새로운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애인당사자단체들은 연대회의 구성을 앞두고 수차례의 논의를 통해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지원하는 정책개발과 직접 관련되는 영역에서 장애인 당사자 참여의 원칙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또, 장애인 관련 문제에 모든 장애유형의 장애인 당사자 참여가 제안·기획·시행·평가·시정의 전 과정 속에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굳건한 연대를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연대회의에는 다른 장애인단체들과 같은 권한을 갖지 못하고 실질적 참여에 제약이 많았던 소수 장애인단체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태장애인10년은 우리 것

사실 대부분의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아·태장애인10년’은 멀게만 느껴지는 용어이다. 여전히 빈곤과 무력감에 빠져 있는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도 정작 장애인당사자들에게는 그런 약속이 있는지, 약속을 어느 정도나 이행했는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대회의에서는 제2차 아·태장애인10년을 평가하고 제3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며, 그 첫 출발이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10년과 장애인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였다.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10년과 장애인인권’ 국제세미나에는 UN ESCAP의 난다 까이릭 사회개발 국장, 아시아장애인협회의 나카니시 유키코, 한국의 조한진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였다. 조한진 교수는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의 필요성과 주요의제'라는 제목으로 제2차 아·태장애인10년을 평가하고 제3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과 전략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난다 국장은 아ㆍ태10년에 대한 한국 장애인단체들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아태지역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앞으로 한국장애인단체와 힘을 합쳐 결실을 만들어나가자고 역설하였다.

뜻 깊은 첫 행보를 시작으로 연대회의는 이제 본격적인 움직임을 벌여나갈 준비를 갖췄다. 앞으로의 10년은 장애인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정부가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으로 마지못해 평가하고 새로운 10년을 연장하도록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장애 관련 문제에서 장애인당사자는 들러리가 아니고 주인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장애여성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장애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사회비평에세이집 『오늘도 난, 외출한다』(웅진지식하우스, 2006)를 펴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학사, 2002)과 『우리시대의 소수자운동』(이학사, 2005)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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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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