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학기 '연주' 수업 중 찍은 사진. ⓒ김빛나

3년 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관현악과 플루트 전공으로 편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도교수님을 배정받고, 개인지도 시간을 정하기 위해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3학년 편입생 김빛나라고 하는데요.”

“어느 학교? 내가 여러 학교에 나가서….”

교수님과의 짧은 통화에 빈정상했다.

“잘난 척은…. 좀 배우고 돈 많은 음대 교수들은 다 이런 건가?”

혼자 중얼거리며 그 날도 어김없이 연습실로 향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플루트 소리는 나를 매료시켰다. 음악회에서나 들을 법한 그런 플루트 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 궁금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예쁘장한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했다.

“어머?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편입한 김빛나입니다!”

“아~ 저도 3학년인데….”

내 실력과 견주어 본 음대 3학년 학생들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 날 밤, 연습이 끝나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여기 괜히 왔나봐~. 여기 애들 실력 장난 아니야~. 내일 교수님이 날 보면 분명 실망 하실 텐데…. 어떡해?”

“걱정 마. 분명 널 배려해주실 좋은 교수님일거야!”

부족한 내 실력 탓도 있겠지만, 장애를 입고 나서부터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상대방이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할까봐 신경 쓰게 된다.

어머니와 통화가 끝난 뒤에도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교수님과 만나기로 한 내일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잠들었다.

“안녕하세요. 김빛나인데요.”

“아~, 네가 빛나구나! 반가워~. 선생님 이름은 장은도란다.”

먼저 눈에 띤 것은 교수님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목발이었다. 궁금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교수님이 말씀 하시기를 기다렸다.

“빛나야. 선생님은 소아마비 장애인이야.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목발을 짚고 걸어 다니는데…, 플루트를 하면서 정말 몸이 많이 좋아졌단다. 너도 그렇게 될 거야! 우리 한 번 열심히 해보자! 그리고 다른 교수님들도 많은데 너와 나의 만남은 하나님이 맺어주신 귀한 인연이란다.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하마.”

교수님은 첫 만남부터 나를 몇 년 알던 사람처럼 편하게 대해 주셨고, 내 실력에는 아랑곳 하지 않으신 채, 정성껏 지도해 주셨다.

“빛나야. 넌 할 수 있어! 긴장하면 더 떠니까 다시 천천히 해볼까?”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아셨던 교수님은 늘 편안한 마음으로 개인지도에 임하도록 해주셨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나도 모르게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게 되고,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 내 실력에 회의를 느끼며 힘들어 했다.

“연습 안 했니? 소리가 제대로 안 나잖아. 선생님은 네가 장애가 있으니까 연습 매일 하는 게 힘들다고 이해하지만, 관중들이 쟤는 장애가 있으니까, 하고 이해하는 줄 아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마! 그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플루트만 죽어라 분 아이들이야. 넌 네가 할 수 있는 한 좋은 소리를 내면 되는 거야! 제발 연습 좀 제대로 할래!”

가끔은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기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눈물을 닦고, 다시 플루트를 불었다. 단순히 음악 선생님이 아닌 인생 선배로, 장애인 선배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빛나야.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짝꿍이 너 같은 뇌병변장애인이었어. 그래서 네가 플루트를 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네가 소리를 내는 건 기적일지도 몰라. 하나님이 널 무척 예뻐하시나 보다. 네 입은 은사 받았어. 은사 받은 주둥이. 하하하.”

장애가 있음에도 늘 밝고 유머러스하시던 교수님은 내게 ‘은사 받은 주둥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 그리고 많은 격려와 큰 가르침 속에 나는 지난 2월, 플루트 전공자로서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좋은 스승은 평생 동안 가슴 속에 삶의 지팡이가 되어 주곤 한다. 지금도 문득문득 교수님의 가르침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는 뵐 수 없지만, 가끔 걸려오는 교수님의 전화가 오늘도 나를 열심히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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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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