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의 요양신청 절차. ⓒ근로복지공단

얼마 전 일이다. 46세의 청각장애 3급 장애인인 피상담자는 상계동에 있는 신축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던 중 넘어져, 계단 모서리에 무릎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에는 단순한 타박상으로 생각하여 약국에 가서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는 간단한 조치만을 했으나, 무릎통증이 계속되어 1개월 후에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결과, 무릎의 십자인대가 손상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상담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불승인되었고, 재심사청구도 했지만 불승인이 되자 상담센터를 찾았다.

피상담자로부터 받은 증빙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재해 발생 후 30일이 지난 후 최초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을 했기 때문에, 상병(상처나 병)과 일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고, 심사청구 때 제출한 목격자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아 입증자료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심사청구를 할 때 준비를 잘 했어야 하는데, 이점에서 다소 소홀한 면이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인과 십자인대 손상이 넘어지는 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 등 재해와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재심사청구의 경우 인용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산재심사 때 제출된 서류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며, 동료 근로자의 진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연락하여 진술서를 받아 놓아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산재로 인정받기는 어렵지만, 목격자 진술(목격자의 진술은 사진을 찍듯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야 함) 등이 보완 된다면 행정소송을 해 볼 수는 있으나 승소확률은 낮은 편이다.

현재 피상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무료법률구조(행정소송)를 신청하였으며,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로 처리하기를 꺼려한다. 왜냐하면 산재 건수가 많아지면 산재보험료율이 올라간다는 점과 작업환경에 대해 노동부의 행정감독이 강화된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처리를 하면 회사도 손해고, 근로자에게도 회사로 다시 돌아올 때 자리가 없어지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고용보장을 미끼(?)로 근로자에게 공상처리를 강요하는 경우를 노동현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큰 부상이 아니라 3일 이내로 치료가 끝날 수 있는 가벼운 부상이라면 공상처리를 하는 것이 맞겠지만,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산재신청(4일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재해에 대해서만 보상)을 생각해 봐야 한다. 더구나 수술이 필요한 큰 부상이라면 공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산재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공상처리를 할 경우에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작업 복귀를 재촉하거나 근속기간 산입에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후유증이 남거나 재발할 경우에도 재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장해급여를 받기 어렵고,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에는 재해보상을 받는데 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반해 산재로 처리하게 되면 작업을 쉬면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고, 재발을 할 경우에도 재요양을 통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회사가 휴업이나 폐업을 해도 안정적으로 요양을 받을 수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대부분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이 생기면 무조건 회사에서 산재 처리를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근무 중 다친 경우는 대부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질병의 경우에는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산재로 인정받기 힘든 경우가 많으며, 특히 뇌출혈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질환이다.

우리 상담센터(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통계를 보면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취업을 한 장애인 근로자들의 대다수(약 87%)는 산업재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만일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며, 그 손해는 근로자 본인이나 가족의 생존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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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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