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야 백수

지난 번 칼럼에 이어 이번에도 노동의 대한 짧은 생각을 털어놓으려 한다. 아직 사회경험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노동에 대해 얘기하려면 왠지 마르크스주의나 사회학 등 여러 공부를 열심히 해야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 한 내가 이 노동이라는 주제로 계속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현재 가장 고민하고, 고민해야만 주제이기 때문이다.

요즘에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백수로 지내고 있다. 겉으로는 사이버 대학 공부를 한다고 가족과 지인들을 설득하였고, 그 설득은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사실은 몇 년 동안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다, 그래서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못 하였기에 어떤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당장 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수 놀이 한지 석 달도 안 되서 일을 찾아다니고, 또 무엇을 느릿느릿하게 계속 하고 있다. 그렇게 쉬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왔는데 나는 왜 그럴까? 돈에 대한 압박감도 있지만 일을 안 한다는 것, 노동력을 팔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사회 안에서 배제되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노동을 하지 않거나 못 하는 사람은 무능력한 혹은 무가치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된다. 우리 부모님이 내 교육에 대한 열의가 없으셨던 이유 역시 내게 교육을 시켜봤자 재가 장애인으로 살 것이 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 대한 기대를 하기 어려우셨을 것이다. 또한 점차적으로 교육은 곧 좋은 직장을 얻는 수단으로 전략 되고 있는 사회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나는 그저 그런 중증장애인이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어느 날 일을 하러 다닌다고 했을 때는 가족도 지인들도 무척 놀라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달도 못 다니고 그만 두거나 잘릴 것이란 눈초리를 보내곤 했으나 일 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록 일을 계속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존재의 가치를 재확인 받는 느낌을 받곤 했다. 때로는 그 느낌이 부담된다. 특히 요즘같이 백수 놀이를 할 때는 더욱이 부담이 된다. 은근 슬쩍 “앞으로 무엇을 할 거니?” 라고 물어 오시는 어머니 말씀에 속으로는 고개를 숙이지만 곁으로는 활짝 웃으며 걱정 마세요! 좀 쉰 다음에 일 시작할 거예요~(무슨 일을?) 라고 큰 소리 치곤 한다. 대체 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2. 다양한 직업과 노동 환경의 변화가 이루어졌으면

저번에 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는 이런 말을 했다. “학교공부는 잘 돼 가냐? 나중에 공무원 시험 봐서 공무원 되면 어떠니?” 내가 그동안 공무원들과 얼마나 싸워 왔는데 공무원을 하라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이번에 중증장애인 대상으로 공무원 특채 전형 선발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조금은 솔깃해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무원은 내 적성과 완전히 맞지 않다. 분명히 비장애 사회 중심일 것이며,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직이 바로 공무원일 텐데 그건 나로선 정말 참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흔들리고 있다. 대부분 장애인들이 한 번쯤은 공무원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처럼 나 또한 결국 자유로울 수가 없나보다. 왜냐하면 공무원이 보여주는 안정된 근로 조건과 노후 대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복지 수준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실은 결국 개인에게 복지 책임을 떠맡게 하며, 달라지는 복지 정책에 따라서 장애인들을 죽였다 살렸다하는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 그래서 스스로의 복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은 많지 않다. 컴퓨터 관련 직업이나 글을 쓰는 직업, 활동가(활동가를 직업군으로 분리하고 싶진 않지만 중증장애활동가들은 생계와 운동을 나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단체에서 상근을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겐 더욱…) 뿐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이 있다지만 중증장애인들에게 그 다양한 직업군은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저 저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나 하면서….

또한 어렵게 직업을 갖는다 해도 일을 오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근로 기준법이 정한 8시간 동안 매일 근무하는 것조차 쉽지 않으며 중증장애를 가진 몸으로 노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특히 중증 뇌병변장애인에는 장시간 앉아 있는 것만으로 고역일 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며, 또 목 수술이후엔 급여 반 이상이 병원비로 나가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어떨 땐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병원 시간과 근무 시간이 겹쳐서 항상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노동 해방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저 중증장애인들이 사회 곳곳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장애와 속도를 배려 받으며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장애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건강센터가 설립되어 건강관리를 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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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 나이는 서른 살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족들 곁을 떠나서 혼자 독립을 시작한지 6년째 되어갑니다. 남들은 저한데 ‘너 참 까칠하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럼 저는 ‘이 까칠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까칠해질 수밖에 없다고!’라고 답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중증장애여성으로 까칠하게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삶의 대한 고민을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앞으로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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