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때의 모습. ⓒ김빛나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찾아왔다. 비장애인으로 태어나 장애인으로 지난 10년을 살아오기까지 나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들은 무수히 많다.

그 중 가장 감사한 선생님을 꼽자면 나의 영원한 지원자 부모님이다. ‘모든 사회의 출발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처럼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르침은 지금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맘때면 많은 선생님들 중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한 분이 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와 달리 여러 과목들과 긴 수업 시간이 적응되지 않았다.

“빛나야! 너희 반 체육 시간 했어? 체육 선생님 진짜 멋있더라! 키도 크고 잘생겼어! 진짜 킹카라니까!”

체육 수업을 막 끝낸 옆 반 친구는 쉬는 시간을 틈타 내 옆에 앉아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말에 별 관심 없다는 듯 다음시간을 준비했다.

‘흥! 멋이 있어 봤자, 배 툭 튀어 나오고 머리 훌렁 벗겨진 아저씨일 텐데….’

하지만 왠지 모르게 체육시간이 기다려졌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체육시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체육 교과서의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바른 자세로 앉아 선생님이 들어오시기만을 기다렸다.

“여기가 11반 맞지?” 물음과 함께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신 남자 선생님은 나뿐만 아닌 모든 여자 아이들의 눈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와 연예인 뺨치는 외모. 말 그대로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훈남이었다.

“안녕하세요. 한 학기 동안 여러분에게 체육을 가르칠 김준(가명) 입니다!” 훈남 선생님은 원래 체육선생님을 대신해 한학기동안의 기간제 교사로 테니스선수를 지내신 대학교를 갓 졸업하신 20대 총각 선생님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짝꿍은 내게 소리쳤다.

“꺄! 체육 선생님! 환상적인데? 완전히 모델 키에 영화배우 외모! 이름도 멋져! 진짜 완벽한 내 이상형! 내 사랑 준이씨!!!”

“야! 그게 뭐가 멋있냐? 키만 멀대 같이 크고, 난 체육 같은 남자, 한 트럭 줘도 싫다!!”

나는 친구의 말에 핀잔을 주며 도리어 화를 냈다. 그러나 내 마음 속 훈남 선생님은 이미 깊이 자리 잡은 후였다.

“오늘은 특별활동을 정하겠어요!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보고 하고 싶은 거 골라 말하면 돼요.”

나는 인쇄물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담당선생님을 살폈다. 내 짐작대로 훈남 선생님은 ‘테니스부’를 담당하고 계셨다. 그리고 친구들이 모두 고르기만을 기다렸다.

“어머? 남은 게 이것뿐이네? 할 수 없지! 테니스부 해야겠네.”

테니스부원이 되어 체육 시간 이외에도 훈남 선생님과 시간을 같이 보내며 친해졌다.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퇴근하시는 선생님을 붙잡아 간식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우리들한테 지금 햄버거 안 사주시면 나중에 장가못가요!”

말도 안 되는 뻥을 치며 졸라대면 선생님은 못 이기는 척 간식을 사주셨다. 그리고 먹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귀여워 죽겠다는 듯 쳐다보셨다.

매번 간식을 사주시는 선생님께 친구들과 함께 작은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쓱~ 지어 주시는 선생님의 미소에 우리는 쓰러질 뿐이었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방학식 날, 선생님과 헤어진다는 사실에 마음속에서는 울고 있었지만 친구들에게 내 마음이 들킬까봐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그 후에 선생님과 몇 번 통화를 했다. 그러나 11년 전, 내가 중학교 1학년이던 10년 전만 해도 휴대폰이 지금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되는 공부에 선생님과의 추억은 잊혀 갔다.

장애를 입고, 5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친구들보다 이른 대학생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 날도 아무 생각 없이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낯익은 이름의 방명록.

‘빛나야 안녕! 나는 중1때 체육 선생님이야. 기억하니?’

이렇게 시작된 선생님과의 재회는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바로 선생님의 미니홈피에 방문해 사진을 보았다. 예전과 변함없는 선생님의 모습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그렇게 서로의 미니홈피를 오가며 글을 남겼다. 어느새 미니홈피에 올라온 선생님의 글을 확인하는 일은 내 하루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선생님은 바람같이 종적을 감춘 채, 사라지셨다.

지금도 가끔 선생님의 미니홈피를 찾아 선생님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언제나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시 중학교 1학년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 느낌이다. 선생님과의 한 학기 동안의 짧은 추억은 내게 사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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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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