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운동을 하는 모습. ⓒ김빛나

“멍 멍 멍!”

열흘 동안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집에서 나를 제일 처음 반겨주는 것은 푸름이였다. 낯선 내 모습에 한참을 킁킁 대더니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다.

“푸름아! 열흘 동안 엄마도 없고, 누나도 없고 심심했지? 그런데 혼자 씩씩하게 집 잘 지켰네? 우리 예쁜 푸름이~!”

집에 돌아왔지만, 한동안 시간에 맞춰 약을 먹어야 했고, 수시로 수술부위에 소독과 약도 발라야 했기에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특별히 나빠진 부분은 없었지만, ‘뇌관’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수술해서 떨림이 심해졌다.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도 불안 했고, 밥을 먹다가도 흘리기 일쑤였다. 한시도 부모님 곁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기다 병원에서 옮아 온 결막염으로 책이나 TV도 볼 수 없었다. 하루하루 지루함의 연속이었지만 항상 옆에서 재롱을 피워 주는 푸름이가 있었다.

집에 온 지 1주일이 지나서 본격적인 재활운동을 시작했다. 수술 전부터 다녔던 체육센터를 찾아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했다.

“엄마! 이건 너무 힘든데….”

“네가 전에 항상 하던 것보다 가벼운 무게인데….”

수술 전에 비해 근력이나 지구력이 많이 약해져서 조금만 운동을 해도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내가 지칠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좋다는 음식으로 영양보충을 시켜주셨고, 아버지께서도 바쁘신 와중에 짬짬이 마음을 써 주셨다.

지난 22일, 수술 후 첫 외래 진료가 있었다. 수술 후에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M.R.I 결과를 보고 또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말씀을 하셨다. 집에 와서도 내내 마음을 졸이고, 찾은 병원에서는 종양이 깨끗하게 제거되어 정기적인 검진만 받으면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100m 트랙 한 바퀴를 걷기도 힘들었고, 10분만 운동을 해도 숨을 헐떡일 만큼 힘들었지만, 요즘은 수술 전과 다름없는 운동으로 활기 넘치는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안도현의 연어의 일생을 그린 어른 동화 ‘연어’를 읽은 적이 있다. 책 속에서 초록강은 은빛연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다. 꿈이라든지 희망 같은 것.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가 폭포를 뛰어 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들이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된 삶이 되는 것 아닐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는 그것뿐이다.’

위의 내용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부분이다. 나는 연어의 짧은 인생을 보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우리 모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는가? 무엇이 인간다운 인생이며 그런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길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지난 3월, 재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책하며 방황 속에서 지낸 내 모습이 마냥 부끄러웠다. 그 전보다 떨림이 심해 아직은 불편한 점이 많지만, 나는 더 자신감 있게 살아간다. 많은 분들의 걱정과 우려 속에 시작된 제3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에게 물어봤을 때 후회 없는 제3의 인생을 살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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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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