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경호원이 오고 있다”며 계속 거짓말을 한 채 아무런 편의도 제공해주지 않은 롯데시네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롯데시네마 답사권의 모습. ⓒ롯데시네마

중증장애인, 영화 보기에 도전하다

중증장애인이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잠잘 때에도 비장애인이 옆에서 몸을 뒤척여줘야 하는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의 경우 무리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긴 이동과 영화관람’ 자체가 체력적으로 힘겨운 모험이다. 그러기에 아직까지도 문화예술과는 담을 쌓고 있는 장애인들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관람은커녕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지난 3월 20일 저녁 무렵, 잠실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 전화를 해서 23일 화요일 오후 3시 45분에 상영하는 '육혈포 강도단'을 예매하였다. 노파심에 다시 전화를 해 ‘장애인 편의 시설’에 대해 문의를 하니, 영화상영관 내부가 계단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제야 영화를 보러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장애인의 영화 관람은 불가능한지 되물었다. “예전에도 영화 관람을 한 경우가 있고 관람을 원할 시에는 롯데월드 내 경호원들을 동원해 이동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길래 영화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22일 저녁 무렵 롯데시네마에서 전화가 왔다. 일정 변동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길래 변동사항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동식 리프트가 있어서 작동해보니 6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아 방전 중이며 경사로를 설치하려면 10여일이 걸린다?”며 건대 롯데시네마의 경우 새 건물이라 장애인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했다. 잠실에서 영화를 보겠다고 표를 예매했는데, 건대로 가라니 기가 막혔다.

건대의 경우 이동을 위한 소요시간이 길어 힘들므로 변동하기 어려우므로 잠실에서 영화를 보겠다고 했더니 “경호원을 통해 이동지원을 해줄 수 있지만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해 주셔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만약 경호원을 동원해도 관람이 어려울 경우에는 ‘지하 롯데월드’로 이동경로를 변동해 입장하도록 해주겠다는 말도 들었다. 또 "만일 영화 관람이 불가능하게 되면 롯데월드 무료 4인 입장권을 1장 내지 2장 주겠다”는 쓸데없는 말까지 하며 23일 영화 관람하기 전 조금 일찍 와서 전화를 달라고 요청했다.

기다려도 오지 않은 경호원

드디어 영화를 관람하기로 한 23일 오후 롯데월드점 롯데시네마로 갔다. 롯데시네마 측에는 경호원을 동원해 영화 관람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단체로 왔음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인솔자가 있는 단체는 입장 불가능한 표인 ‘롯데월드 답사권’을 주었다. 오후 3시, 롯데시네마 슈퍼바이저와 통화를 해 경호원은 몇 명 정도 보내줄 수 있는지 물으니 4명 정도 가능하다고 했다.

영화 관람이 시작되기 전 건물 내 시설을 잠깐 둘러보았더니 장애인 화장실도 있고 외관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간이통로로 막아놓은 상태였고, 영화가 시작됐는데 상영 2관의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으며, 경호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경호원이 오는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오후 4시가 되어도 경호원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고도 20여분이나 지난 후 본사 총 관리자에게 전화가 왔다. “영화 관람을 위한 이동지원 경호원은 보내줄 수 없는 상황”이니 “건대 영화관으로 이동하면 경호원과 경비원들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우리가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자 총 관리자는 우리에게 주었던 '롯데월드 답사권' 이야기를 하며 롯데월드 무료입장을 권유했다. ‘인솔자가 있거나 단체 입장은 불가능’한 표라고 분명히 말해주었더니 총 관리자는 그저 안타깝다는 듯이 말을 돌려버렸다.

결국 영화는 보지 못하고

영화 관람을 하기 위해서 사흘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하고 장애인관람 여부까지 확인을 했다. 그런데 상영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면담을 했는데도 결국에는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영화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으면 차라리 그 시간동안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롯데시네마는 계속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경호원이 오고 있다”며 거짓말을 했다. 게다가 우리가 단체관람인지 뻔히 알면서도 ‘인솔자가 있거나 단체 입장은 불가능’한 표를 주며 선심을 쓰는 척 우리를 희롱했다. 우리가 과연 비장애인이었다면 뻔뻔하게도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장애인들은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서도 이토록 몸과 마음을 다쳐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임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롯데시네마 롯데월드점 홈페이지 안내.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안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시네마

*칼럼니스트 서혜영은 글쓰기를 통해 자아실현에 다가가고 있는 루게릭 장애여성이다. 힘들고 빡빡한 세상살이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호탕하게 헤쳐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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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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