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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420문화제를 다녀오며

당연한 권리 '활동보조서비스' 개선 외쳐

우리 모두의 삶이 무대 위에서 빛나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4-22 11:10:28
올해도 4월 1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있었던 ‘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에 다녀왔다. ‘해방의 봄을 열자, 민중의 숨통을 트자’를 모토로 진행된 문화제에서 합창, 퍼포먼스, 노래패의 공연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한 봄의 중반에 맞는 420은 역설적으로 ‘활동보조서비스’와 같은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의 결의를 다지는 날이라 더욱 잔인하고 서럽게 느껴진다.

나는 뒤늦게 도착해 무대와 한참 떨어진 뒤에서 문화제를 관망하며 이전 420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적 없는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 지하철을 타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마로니에 공원까지 이동하며 날이 따뜻해진 봄날의 토요일, 약속이 있어 한껏 치장하고 나온 내 또래의 여학생들을 몇이나 지나쳤다. 그녀들을 지나쳐오니 마로니에공원 앞에는 한 무리의 경찰들이 서 있었고, 그들을 통과해 마로니에 공원에 들어오니 휠체어를 탄 수십 명의 장애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었을법한 신입생들 여럿이 과, 반 혹은 동아리 선배들과 깃발을 들고 나와서 ‘새 물’과 같은 민중가요에 맞춰 ‘마임’이라고 불리는 율동을 했고, ‘장애해방가’를 부르며 팔뚝질을 했고, 투쟁영상을 보며 분노했다.

나는 6년 전에 그 무리에 끼어 장애해방가를 부르며, 함께 분노했었는데 어쩐지 올해엔 그 치열함에 몸을 담그지 못했다. 그리고 다양한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퍼포먼스를 할 땐 어색함을 느꼈다. 휠체어를 타고 제한된 몸짓으로 춤을 추는 몸짓패의 공연을 보면서 엄숙함 혹은 숭고함과 감정을 느꼈다. 노인의 주름살, 임신한 여성의 몸을 볼 때의 느끼는 감정처럼, 내가 흔히 구경하는 문화 공연에서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 말이다.

한 무리의 경찰들을 경계로 대학로에 놀러 나온 평범한 20대의 집합에도, 문화 공연에 환호하는 관객들 집합에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노트에 연필로 꾹꾹 눌러썼던 문장들이 생각난다. “명왕성은 지구형 행성도 목성형 행성도 아니다.” “1은 소수도 합성수도 아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여집합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함께 나온 친구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일행이 있어 일찍 헤어졌다. 아주 외로운 생각이 들었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왜 여집합처럼 느껴졌을까?

한 쪽에는 활동보조서비스 개선을 필요로 하는 ‘생존’을 위한 삶이 있었고, 또 한 쪽에는 주말 오후 애인과 스타벅스에서 카페라떼를 마시는 ‘일상’을 가진 삶이 있었다. 활동보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은 평범한 주말 오후의 ‘일상’을 위해 ‘생존’이 전제돼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제한된 몸짓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장애해방가’를 불렀다. 나는 일상을 위해서건, 생존을 위해서건 그 순간 동안 치열하지 못했다. 나는 날씨가 좋아 대학로에 나가고 싶었고, 현장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선배를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매년 열리는 그 행사에 어떤 고민도 없이 나갔을 뿐이다. 나는 문화제의 열기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했고, 그래서 외로웠다.

좀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 생존을 위한 삶이든, 일상을 위한 삶이든 어떤 삶을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이라는 무대의 한가운데에 서고 싶다. 그래서 내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타인의 무대에 열정적으로 환호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420은 매년 내게 다른 도전 과제를 던져놓는다. 올해의 목표는 관망하는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활동보조서비스제도의 개선으로 장애인 우리 모두의 삶이 자신만의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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