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0년 짝꿍 푸름이와 함께. ⓒ김빛나

“빛나야! 어서 일어나라! 오늘따라 웬 비라니?!”

어머니의 핀잔에 벌떡 일어났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병원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푸름아! 누나 수술 받고 올 때까지 집 잘 지키고 있어.”

“멍멍!”

장애를 입고, 외로움을 달래보겠다며 내 용돈을 모아 산 강아지 푸름이. 10년이 흘러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할 정도로 나의 분신이 되어 버렸다.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경쾌하게 짖어대는 푸름이를 뒤로 하고 어머니와 집을 나섰다.

배정받은 입원실에 짐을 풀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순간 병원에 들어오면 다 환자가 된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나는 환자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께 ‘이거 해 줘, 저거 해 줘’ 평소 해보지 못한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빛나! 이발소 가서 머리 깎고 오세요!!”

또 다시 삭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지난 10년 전, 수술 이후에 나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미용실에 가더라도.

“기장은 그대로 두고, 다듬어 주세요!”

어려서부터 유독 긴 머리를 좋아하던 내게 첫 번째 수술과 함께 찾아온 삭발은 너무나도 큰 상처였다.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넌 누구니?” 물을 정도로 바뀐 내 모습에 적응할 수 없었고, 짧은 머리는 내겐 너무 큰 콤플렉스였다.

전에 수술할 때는 너무 갑작스러웠고, 어려서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할 수는 없었다.

“선생님! 꼭 머리 다 밀어야 하나요? 전에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감마나이프(구멍을 뚫어 종양을 제거하는 시술)로 말씀하셨는데….”

“조직 검사까지 하려면 개두수술이 더 정확해요!”

레지던트 선생님과의 실랑이 끝에 1/2 가량 수술 부위만 자르기로 했다. 긴 머리를 싹뚝싹뚝 자르고, 짧아진 머리를 이발기로 다듬었다. 잘린 머리를 보면서 왈칵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이를 악 물었다. ‘울면 지는 거야!’ 머리를 자르고 나니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에 나옴직한 변발을 한 중국사람 같았다.

병실로 돌아오면서“엄마! 머리 깎고 나니 완전 시원해! 걸을 때마다 바람이 통하는 게 좋아. 그리고 가볍고. 나 황비홍 같지 않아? 아뵤~.”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나보다도 더 속상하실 어머니를 보며 애써 웃음 지었다. 그리고 내일의 수술을 위해 늦은 밤까지 검사가 계속 되었다.

“벌써 일어났어? 수술하려면 푹 자둬야지.”

“에이. 마취하면 계속 잘 텐데…. 엄마는….”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빛나야 수술실 가자!”

그리고 이동식 침대와 도우미 아저씨가 등장하였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병실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 입구에 도착하자, “엄마 가지마! 가지마!” 울부짖는 옆 수술실 아이가 보였다. 그 아이의 외침이 내 마음과 같았다. 하지만 내 옆에서 계속,

“오바마!('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먹어지리니!'의 줄임말) 오바마!”

외쳐주시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수술이 잘 되기만을 기도하기로 했다.

“선생님! 저 두 번째니까 더 예쁘게 꿰매주세요!”

“그럼요! 걱정 마요!”

멀어져가는 어머니와 인사를 한 뒤, 수술실로 들어갔다.

싸늘한 공기 속의 수술실에는 여러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나 한명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힘이 솟는 느낌이었다.

“빛나야 나 알지? 마취과 선생님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내 손과 몸에는 여러 개의 주사와 기계가 연결되었고, 내 코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졌다. 그리고 나는 살포시 눈을 감으며 주문을 외우 듯이 말했다.

‘앤드야. 이제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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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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