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늦은 아이를 인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한 길일 것이다. 사진은 칼럼의 내용과 관계 없음. ⓒ정미란

뒤집기를 할 생각을 안 하네요

아이를 낳고 정신적으로 큰일을 겪고 나서 두 달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후 아기 돌보기에 한창 바빴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과정이 늦는지, 빠른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소아과 의사가 아이를 세밀하게 진찰하더니 "발달이 늦은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그 당시 우리 아이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인데, 그때까지도 뒤집기 하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또한 다리가 뻣뻣하고 힘이 엄청 셌다. 의사가 그 이유 때문에 걸음이 늦어질 거라고 말하며 소견서를 써줄 테니 얼른 큰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

발달장애라는 진단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기고 하고, 더 지켜보고 싶기도 했는데, 남편은 단지 늦을 수도 있으니 그냥 키우라고 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남편의 태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남자아이라서 늦을 수 있어' '기다리다 보면 다 하게 돼 있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의사 말대로 하기로 했다. 아이의 발달이 늦어지면 학습면으로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그 자체가 싫었기 때문에, 빨리 잡아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아이를 종합병원에 데리고 갔다.

신경정신과, 재활의학과, 소아과 의사 세 명의 진찰을 받은 후에 검사도 받고 발달지연평가도 받았다. MRI, 뇌파, 청력 모두 검사 받았다. 검사 결과에서는 정상이었지만 발달지연평가에서는 운동발달이 좀 늦다고 했다. 그리고 '발달장애'라고 진단을 받았다. 재활치료프로그램 대기자명단에 올리라고 권해 일산의 어느 종합병원과 은평구 장애인종합복지관 근처에 위치하는 재활병원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복지관 사회복지사 덕분에 재활병원에서 응급으로 올려줘 2~3주 뒤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재활치료 시작

물리치료와 학습치료 대기자명단에 올렸는데 제일 먼저 물리치료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8개월 정도 된 새해였다. 뻣뻣한 다리를 부드럽게 하면서 걷기 연습을 시작했고 부드럽게 걷기까지 5~6개월이 걸렸다. 그 후 잘 걷게 되었다. 1년 후 학습치료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학습치료에 앞서 검사를 했는데 담당 치료교사는 아이가 손가락으로 콩 담기를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더니 괜찮은 것 같다며 치료를 안 해도 되겠다고 했다.

두 돌이 되던 해인 작년 6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고 서서히 말이 늘었다. 지금은 말을 아주 잘 하고 있고 내게 잔소리까지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원장선생님으로부터 똑똑하다는 칭찬을 자주 듣고 있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치료를 받던 때 재활병원 내에 있는 아기엄마들 거의 대부분이 처음에는 몰랐다가 아이의 발달이 늦었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이미 많이 늦었을 때였다고들 했다. 그리고 보통 대기자로 올려놓아도 치료중인 아이들이 많고 훈련기간도 길어서 보통 2~3년 정도 기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도 오래 기다리면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었는데 그때 도움을 준 복지관 관계자분들께 감사한다. 지금 생각해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물리치료 받았던 것에 대해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마다 발달지연을 막기 위해 '영유아건강검진'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발달지연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아기엄마들이 아이의 발달지연을 막기 위해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필수적으로 받아들이는 현명한 부모들이 되어야겠다. 아이에게 발달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부디 외면하지 말고 함께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미란님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으로서 올해 네 살 된 아들,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으며, 2008년 수필로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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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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