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워

얼마 전 모임에서 오래 못 보았던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의 안부와 주변 소식을 전하던 중 친구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 한 후배가 관절염으로 건강이 많이 나빠져 걱정이라는 말도 했다. 친구의 수술 소식에 놀라 어디가 아픈지 물었다. 친구는 심난한 표정으로 산부인과 진료 중 자궁근종이 발견되어서 수술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아직 비혼이기에 산부인과에서 수술을 해야만 하는 입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와 같은 장애여성의 건강관리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정규적으로 건강검진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비장애인은 자신의 몸에 특별한 문제가 있거나 질병이 없으면 의료보험 무료 검진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은 몸이 아프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별 무리 없이 병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의료보험에서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 건강검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한다. 병원에 접근하기 어렵고 장애유형에 맞지 않은 의료시설과 장애인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부족 때문에 건강관리는 물론 질병을 초기에 발견할 기회조차 놓치고 있다.

재활의학이 전부는 아니야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건강이라면 재활의학을 떠올린다. 물론 그것이 기본이고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재활치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많은 질병과 세균에 노출되어 있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장애가 있는 몸으로 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이 병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장애유형에 따라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에는 치과치료가 매우 어렵다. 일반 치과에서는 위험하다고 뇌성마비 장애인의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가까운 동네치과를 두고 장애인을 치료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진 전문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정규적인 건강 검진은 필수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비혼의 중증 장애여성은 몸이 아프거나 질병으로 인한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평생 산부인과 진료는 받지 않기도 한다. 결혼을 해도 임신을 하지 않은 이상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장애여성에게 건강관리와 산부인과 검진은 매우 중요하고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학병원에서조차 거부

몇 년 전 여성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뇌성마비 단체에서 중증 뇌성마비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하려고 우리나라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한 대학병원에 상담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장애여성을 검진할 시설이 없다며 저렴한 보건소로 가라고 진료를 거부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그 종합병원에 없는 진료시설이 보건소에 있기나 할까? 정말 황당하고 속상했다.

우리가 병원에서 알고 싶은 것은 단지 장애가 있는 우리 몸에 알맞은 쉽고 안전한 검사 방법이 있는지였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말도 듣지 않고 장애여성이란 말에 진료거부를 한 것이다. 일반 환자보다 돈도 안 되고 일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을까. 그 일로 병원과 작은 마찰이 발생했고 결국 사과와 추후 진료 지원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장애여성들은 아마 평생 병원 문턱 한번 못 넘을 것이다.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똑같아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병원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환자들에게 권위적이거나 봉사하는 마음이 아니고 최고의 기술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겐 많이 부족하고 우리에게 알맞은 서비스가 필요하다. 병원을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해 원내 도우미가 있다면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보호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장애인에게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비장애인과 같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제공하는 장애인 관련 의료 서비스가 좋아진다면 장애는 있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미송은 장애여성네트워크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해나가고 있으며, 부조리한 사안에 마주하면 본인의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뇌성마비 장애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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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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