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상임대표 송성민)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회장 박홍구)는 지난 2월 22일 오후 2시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활동보조서비스 지침 철회와 활동보조서비스 예산확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에이블뉴스

얼마 전부터 한 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활동가’로 일하게 되었다.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거라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말 한 마디도 생각하고 내 뱉었다. 조심스럽고, 긴장되던 첫 출근을 뒤로 하고, 새내기 활동가로서 배우는 자세로 모든 활동에 열심히 하기로 다짐 했다.

드디어 첫 활동을 하게 되었다.

가는 내내, 대표님과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활동에 대해서도 여쭈어 보았다. 첫 활동인 만큼 설렘도 컸고, 기대도 컸다.

오늘의 활동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이 2010년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지침이 장애인에 대한 반 자립생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하면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활동 이었다.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면서 우선 많고 많은 휠체어에 놀랐다. 보건복지가족부 건물은 집과 가까운 거리라서 지나다니며 자주 보곤 했지만, 건물 앞 광장이 많은 휠체어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앞에 즐비해있는 경찰들에 입이 떡 벌어져있었다.

말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같이 가신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자리를 잡았다. 다시 멍하니 앞에서 하시는 말씀만 듣고 있었다.

“모두들 같이 구호를 외쳐 주세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전재희 장관은 사퇴 하라 사퇴 하라!!”

처음에는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아 쭈뼜대며 이리저리 눈치만 살폈다.

‘나 하나 소리치지 않는다고 해서 티 나겠어?’

그러나 주위에 계신 선생님들을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목청껏 소리 높여 권리를 찾고 계셨다.

여러 발표자들의 주장을 들었다. 항상 무슨 일이 있으면 부모님이나 주위에 여러 분들이 도와 주셨기에 활동보조서비스는 내겐 너무 먼 문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발표 내용 하나 하나‘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도 몰래 많은 선생님들과 한 목소리가 되어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 때 확성기에서 ‘삐용 삐용’ 신호음과 함께 경찰서장님의 방송이 울려 퍼졌다. 내용인 즉, 기자회견을 멈추지 않으면, 연행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에 나는 간이 콩 알만해져서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생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하시던 활동들을 끝까지 마무리 지으셨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물을 연거푸 세잔이나 마지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빛나씨, 첫 활동 어땠어요?”

“후…, 정신없었어요! 그렇게 많은 휠체어 처음 봤거든요!! 또 모르는 세상에서 내가 화성인이 된 것 같았어요~.”

선생님들께서는 이런 내가 아직 너무 순진하다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셨다.

대학교 재학시절,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여, 평일에는 도와줄 친구들이 많았지만, 주말에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았었다. 주말에만 이용 했으므로 3급인 60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다. 항상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만 알고 지내다가 새로운 사람들도 알게 되고, 내 활동도 도와줄 수 있는 이 서비스가 여러 모로 나 같은 중증장애인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활동보조서비스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곤 한다. 선천적인 장애아동이나 청소년들의 경우,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모들이 편할 요량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 시기는 누구보다도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이다. 부모의 편리를 위해서 남의 손에서 로봇처럼 행동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그 시기 만큼은 부모가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책임지고 훈육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또 보호자가 있는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1급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활동보조인을 자기 집 종 부리듯 부려먹는 장애인도 있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활동만을 도와줄 뿐, 장애인의 심부름꾼도, 도우미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활동가로 이리저리 활동하게 되면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다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예전에 받았던 60시간은 턱없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자 부담금 역시 올랐다. 나같이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시다. 물도 혼자 마시기 어려우셔서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활동보조인이 필요하시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 등급인 1급 180시간을 받아 하루에 6시간씩 쪼개 써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이외에는 직장 동료들이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일의 능률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애로 사항이 많다고 하신다.

이처럼 직장생활자나 생계형유지를 위한 활동보조서비스는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간에도 제약을 두지 말아야 한다. 현재 까지 와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담당 공무원이 장애인의 직장으로 수차례 파견 하여 해당 중증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 시간을 책정한다던지 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록 장애인은 3~4% 수준이지만, 추정 장애인 인구는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장애인은 소수라는 이유로, 그 소수의 의견을 반영해 주지 않아 오늘도 많은 장애인 활동가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아우성치기 전에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개선해주는 정부를 기다려본다.

나는 이제까지 무늬만 장애인 이었을 뿐, 장애인의 권리, 당면한 문제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계속 활동을 해 나가면서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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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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