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보면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너무나 힘들어 하는 피 상담자를 자주 보게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별반 다르지는 않겠지만,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에는 장애로 인한 주변의 편견과 차별이 더해진다.

매스컴에서 직장생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언제나 1위는 인간관계, 즉 동료나 상사나 부하직원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한 상담이 떠오른다.

회계와 경리일을 같이 보고 있던 경증 지체장애인인 피상담자는, 쉬는 날이나 늦은 밤에도 문자한통으로 계좌번호와 입금액을 보내주면서 이체하라는 사장님가족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날이 없었다. 개인적인 계좌이체는 본인들이 하면 될 텐데, 인터넷 뱅킹도 모르는지 쉬는 날까지 부려먹는다며 하소연을 했다.

또, 전자부품 제조회사에서 부품조립 일을 하는 최모씨는 같이 근무하는 비장애인 근로자들로부터 왕따를 당했고, 수시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듣는 등 인격적인 모독까지 당했다고 했다.

위의 사례를 보더라도, 장애인근로자의 직장생활은 수많은 스트레스로 가득하리라는 것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작년에 읽었던 「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패트리샤아데소 지음/미래의창)라는 책에서는, 보다 만족스럽고 성공적이면서도 스트레스는 적게 받는 직장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잘하면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가 맡은 업무를 완수하는 것’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중에 첫 번째 업무 완수는 그리 어렵지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장애인 근로자는 업무수행을 위한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작 직장생활을 스트레스로 가득 차게 하고 심지어는 업무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은 바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상황들이다.

책에서는 까다로운 상사의 무리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거나, 상대하기 어려운 동료나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거나, 사소한 문제에도 이러쿵저러쿵 따지려 드는 부하직원을 다뤄야 하는 등의 일을 예로 들었지만, 장애인근로자의 경우에는 여기에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추가된다.

사실상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직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차피 스트레스가 삶의 동반자여야 한다면, 스트레스에 대해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온라인 취업 포탈인「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잠을 잔다’가 39%로 가장 높았고, ‘술을 마신다’가 37%, ‘그냥 참는다’가 30%, ‘담배를 피운다’가 28%, ‘수다를 떤다’가 25%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렇듯 많은 대처 방법들을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첫 번째 유형은 정면 돌파형이다. 이 유형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해서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도 갈등의 대상자와 직접 문제를 공유해서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보거나,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고치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개인적으로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유형은 타협형으로,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정면 돌파형과 유사하지만,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다는 차이가 있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을 남들도 알도록 만들고, 적절한 타협안을 찾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합리화를 시킨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낮추거나 업무량을 줄이면서 현실에만 안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

세 번째 유형은 도망자형으로, 스트레스가 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회피해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만 하는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포기하기까지도 하는데, 이 유형에 해당되는 직원이 있다면 상사는 더 이상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없게 된다.

네 번째 유형은 레저형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상황을 만들어서 자신의 기분을 즐겁게 하는 식으로 대처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잠시나마 잊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회피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주말동안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는 잠시 즐거웠을지 몰라도, 월요일에 회사로 출근하면 스트레스 상황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또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다섯 번째 유형은 투덜이형인데,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이 받은 부정적 감정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유형이다. 레저형이 직장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하는 반면에, 투덜이형은 주로 동료를 대상으로 해소를 한다.

이 유형은 스트레스로 인해 받은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표출하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마지막 유형인 가슴앓이형은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을 혼자서 모두 삭히는 유형이다. 겉으로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유형은 가부장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아버지들이나 리더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슴앓이형은 모든 스트레스를 내적으로 누르고 있어, 소위‘화병’이나 신체적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스트레스는 걱정만 하거나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든 감정을 해소하든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갖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스트레스에 대해 막연하게 반응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스트레스 대처 유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유형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에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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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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