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7일 나사렛대학교 패치홀에서 있었던 빛나의 졸업 연주. ⓒ김빛나

지난 11일 나의 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처음 입학했던 학교도 아니고, 처음에 시작한 전공도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전공을 바꿨던 이유는 부모님께 자립하고 싶었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고정된 틀 안에서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장애인이 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전공한 4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플룻을 해서 음감은 매우 발달해 있었지만, 음악이론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자퇴도 여러 번 생각했다.

“네가 여기서 또 자퇴를 한다면…, 너는 실력이 있어도 매번 포기하는 인생이 되고 말거야!”

이렇게 조언을 해 주시는 교수님도 계셨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학교 방송국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원고 쓰는 데에 매진하는 나에게 “넌 음악에 재능이 없어!” 이렇게 일침을 가하는 교수님도 계셨다. 이후로 매일 밤을 새가며 공부를 했다.

3학년 때부터는 전공인 플루트 악보를 외우지 못해 매일 종종 걸음 치기 일쑤였다. 저시력인 나는 악보를 빨리 읽을 수 없다. 음원을 구해 음을 익히거나 듣고 해결하기 힘든 부분은 확대경을 이용해 악보를 보면서 악보를 외웠다.

얼마 전, 신문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클래식 점자악보가 미비하고, 현재 음대 시각장애인 학생은 전국적으로 4~5명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정안인의 글씨와 같다. 그런데 클래식 점자 악보가 미비하다는 측면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교육을 막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그리고 클래식 악보는 비싼 편이다. 거의 수입이라 한 악장에 2~3만원을 호가한다. 묵자악보(보통 정안인이 보는 악보)는 음대나 도서관들에 많은 양을 보유하면서도, 점자 악보는 그렇지 못한 점에서 시각장애인의 접근권을 저지하는 것 같아 울컥하였다.

미국의 경우 시각장애인 변호사는 700~1000명가량으로 추정되며 이외에도 애널리스트, 회계사,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직업군으로 포진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의 80% 이상이 안마 관련 업종에 치중돼 직종의 다양성이 구현되지 못했다. 또한 1급 시각장애인 가운데 150여명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이 가운데 음대 학생은 3명 미만으로 상황은 심각하다고 한다.

기사를 읽는 내내 ‘나는 선택받은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2급 시각 장애인인 나는 흐릿하지만, 모든 사물이나 사람을 볼 수 있다. 또 큰 글씨는 볼 수 있고, 확대기를 이용해 작은 글씨까지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음대에서 만난 1급 시각장애인 후배가 있다. 그 후배 역시 교수님께 곡을 받게 되면 악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항상 불안해했다. 후배는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 다녔는데 대부분 묵자 악보를 어머니께서 보시고 계이름을 불러주면서 연습을 하곤 했다. 그리고 후배는 자신 때문에 아무런 일도 하시지 못하는 어머니께 항상 죄송해했다.

“언니! 점자 악보가 있었더라면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을 텐데….”

1급 시각 장애인의 경우, 연습조차 누군가에 의지하여야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다.

‘하루를 쉬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을 쉬면 선생님이 알고, 사흘을 쉬면 청중이 안다.’

이 말은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연습의 중요성을 나타낸 말로 하루라도 절대 쉬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연습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에게 음악은 사치라는 말인가?

우리학교에는 1급 시각 장애인 교수님이 계신다. 교수님은 비장애인 교수님들 못지않은 큰 열정으로 모든 수업에 임하신다. 음악이란 학문은 수학과 과학처럼 객관적인 부분과 주관적인 예술이 합해진 학문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렵고, 지루해 하는 우리를 위해 종종 깜짝 연주를 보여주신다. 그러나 항상 “점자 악보는 팝이나 재즈는 신청하면 바로 악보가 되어 나오는데 클래식은 수입악보들이라 묵자 악보도 구하기 어려우니 점자 악보는 찾기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신다.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 표현할 수 있는 신의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선물을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하여금 받지 못하고,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많은 클래식 점자 악보가 확충되어 시각 장애인 역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얻고, 음대에 진학하여 더 많은 교양과 더 많은 지식을 쌓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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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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