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수술을 받은 아이티인. ⓒ핸디캡인터내셔널

지진으로 재난을 당한 아이티에 전 세계의 구호와 지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긴급 구호와 지원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입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아이티에는 25만명 이상의 재해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이들 중 긴급한 의료 조치로 인해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현지에 장애인을 돕고 있는 핸디캡인터내셔널 이동 진료팀의 실무자들이 전 세계 장애인 엔지오들에게 알려오고 있습니다. 핸디캡인터내셔널은 아이티 수도 포트랭 프린스에 2개소, 주변 도시에 4개소의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의료 전문인력 뿐 아니라 물리치료와 작업치료사들을 비롯한 재활 훈련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 절단 수술을 받은 아이티인들을 위해 임시 의수족 300여개 정도만이 보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2천명이 넘어서는 절단 환자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량임은 너무나 분명해 보입니다. 나머지 수량들의 보급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임시방편으로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아도 우선 공급 받은 임시 의수족을 사용하고 있는 아이티인들이, 최소 3개월 후, 자신의 몸에 맞는 의수족을 본격적으로 착용하고 이를 사용하는 훈련들을 받아야 할 때가 되면, 이를 위한 의수족 제작과 이를 신체의 한 부분으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들이 장기간 제공되어야 할 텐데 이러한 지원 환경이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인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한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해 있는 휠윈드는 아이티에 장애인과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휠체어를 긴급 수집해, 멕시코 등을 통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그 동안 20년이 넘도록 저개발국의 장애인이 자신들의 지형과 환경에 맞는 휠체어를 제작 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교육하고 다양한 사이즈의 휠체어를 보내온 곳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지원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 아이티에 휠체어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휠체어도 사용하는 장애인의 몸의 크기와 신체조건 등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이즈의 휠체어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장애인엔지오들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지팡이와 목발, 시각장애인을 위한 흰지팡이 그리고 각종 의료장비 등을 보내기 위해 국제네트워크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순간의 재난 상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어린이, 노인, 여성 그리고 장애인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중 장애가 있는 여성이나 어린이들은 그 어려움은 아마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것입니다.

재난 상태의 아이티에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위험이 무방비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엔여성기금 유니펨은 여성과 여자아이들의 폭력과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어 긴급 피난처가 될 수 있는 피난처와 위기센터들의 긴급 복구와 추가 건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성 엔지오 활동가들도 아이티 여성들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여성 관련 기관과 엔지오들이 장애여성과 장애를 입은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갖고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장애와 여성 모두의 긴급 지원 영역에서 장애여성만을 위한 노력들은 더더욱 요원해 보입니다.

아이티를 위한 구호 활동이 단순한 긴급 지원에서 장기적인 지원 계획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빈곤퇴치를 위한 장애와 개발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십(www.gpdd-online.org)에서도 아이티지원을 위한 실무단이 긴급하게 구성되어 전 세계 장애인엔지오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곳의 장애인엔지오들은 아이티의 장기적인 재건 계획에 반드시 유니버설디자인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소리는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 사무국을 통해 유엔본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티 장애인과 장애를 입은 아이티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논의로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보조기기 보급과 성금 그리고 장애인 활동가들과 재활 훈련 전문가들의 파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티의 장애인들이 다시 자신들의 삶을 살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지속할 수 있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일 것입니다.

아이티는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도 장애인의 긴급 재난구호와 지원의 새로운 도전의 실험의 장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장애인은 긴급 자연재해와 재난 등의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제정되는 과정에 발생했던 2005년의 동남아 특히 태국을 휩쓸었던 쓰나미는 전 세계 장애인들이 각 국가에게 재난구조에 장애인을 우선해야 할 의무를 협약에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값비싼 대가로 당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1조 위험상황 및 긴급한 재난 상태에 관한 조항이 신설,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아이티의 장기적 재건 계획은 협약의 제32조 국제협력에 관한 조항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제개발 등의 계획과 프로그램에 장애인을 고려한 통합적인(Inclusive) 개발 정책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조항들에 근거해, 긴급 재난 구조와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세계장애인엔지오들의 노력은 이제, 그 동안 인류 역사 속에서 구호 활동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어 왔던 과거를 바꾸고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전 세계 장애인 엔지오들은 지진 이전에 연락이 되었던 아이티 장애인 단체와 생존하고 있는 장애인활동가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재건 과정도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원하는 것으로 계획되고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이티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들이 아이티인, 아이티의 장애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티의 장애인을 위한 지원과 재건에도 ‘낫띵 어바웃 어스 윗아웃 어스’(Nothing about US, Without US) 장애인당사자가 없이는 장애인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위기와 재난의 비극을 딛고 아이티, 특히 아이티의 장애인들이 새로운 아이티 건설을 위한 희망을 갖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에 어떠한 형태로든지 우리나라 장애인 당사자들도 돕는 힘을 모아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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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미주로 본명은 김미연입니다. 저는 지체장애를 가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여성입니다. 장애와 여성이 저의 존재적 조건이자 정체성이며 삶의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멋진 장애인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또 다른나라의 장애인들의 삶을 에이블뉴스의 칼럼을 통해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국내에서는 장애여성문화공동체에서 국제적으로는 세계은행의 장애와 개발팀의 컨설턴트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중학교를 가는 딸과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장애아줌마입니다. 장애인으로 우리 모두 멋지게 함께 살아가는 동지들이 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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