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덕 감독의 영화 <섹스 볼란티어 : 공공연한 비밀 첫번째 이야기> 덕에 장애인의 성, 섹스와 관련된 다양한 논쟁들이 대두되고 있다. 한 편에는 억압된 장애인의 욕망이, 또 한 편에는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유사 성매매 여성의 인권이 문제가 된다.

성매매가 법적으로 제한되어있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나쁜’ 것으로 간주되는 우리 나라에서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중증장애인의 욕구 해결 방식이 성매매와 같은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역시 논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어떤 식의 논점이 언급되던간에 이러한 다양한 담론은 ‘억압이 심할수록 담론은 늘어난다’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말을 지지하고 있는 듯 하다.

푸코는 그의 책 <성의 역사>에서 서구 사회에서 섹스가 억압되어 왔다는 담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을 주장한다. 근대 이후 몸과 영혼을 뚜렷이 구분하는 전통이 이어지며 정신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육체를 폄하해왔으며, 특히 노동력의 동원과 양립할 수 없는 섹스의 쾌락은 나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우리가 성과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지, 침묵과 연결되어졌다.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으나 장애인의 성을 말하는 것이 더 큰 억압하에 놓여져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생산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던 장애인이, 게다가 임신이나 출산과 같은 직접적인 재생산 활동과 관련이 없는 성욕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장애인의 가장 큰 금기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지금 장애인의 성욕과 섹스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섹스 자원봉사를 장애인의 ‘성욕’이라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장애인이 성에서 억압되어 왔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이 억압에서 벗어나면 장애인의 성과 관련된 다양한 억압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암묵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린지, 어떤 입장을 찬성하고 반대하는지와 상관없이 섹스 자원봉사와 그와 관련된 담론들이 장애인의 성욕과 관련된 다양한 억압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은 지양해야한다.

푸코는 섹스에 관한 담론의 폭발과 성의 확대를 말하며, 섹스와 관련된 우리의 욕망은 담론을 통해 선동되어 증대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욕망이 담론을 만들어내는 한 방향의 구도만을 생각하지만, 욕망과 관련된 담론들을 통해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지고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욕망과 그와 관련된 담론들은 쌍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왜 우리가 억압받는가를 고민함과 동시에, 왜 우리가 억압을 받는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성과 관련된 논의들은 그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다른 ‘권리’들에 관한 논의들에 비해 뒤로 미루어져 있었다. 담론과 욕망 사이의 위험한 피드백 관계를 지적한 푸코 역시 성과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의 연장선으로 보며, 억압되어왔던 ‘성의 장치’들을 반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육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욕망으로서의 섹스만이 아니라 ‘나’에 대해 말하기 위해 우리는 장애인의 성과 섹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과 대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선동’이나 ‘선정성’들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더욱 성숙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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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화학부 04학번,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 진학 예정. 커피와 고양이, 책을 좋아하고 식상함과 무기력을 싫어하는 스물다섯의 귀차니스트. 다년간의 관악산 휠체어 라이딩으로 다져진 팔근육과 연약해 보이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지체장애인. '대중의 과학화'를 꿈꾸며 멋진 저술가가 되고 싶은 평범한 과학도. 내게는 일상인 풍경들 속에 나 역시 풍경으로 비춰질까, 부조화한 이방인으로 비춰질가 오늘도 고민-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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