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는 이유로 외출을 막을 것이 아니라 지적장애인의 이웃이 되어 지켜준다면 아웃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배희

<날아라 허동구>란 영화를 보면 건물주가 치킨 집을 팔게 되어 동구네가 이사를 해야 할 위기에 놓인다. 이사를 가게 되면 IQ 60의 11살 동구가 집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마음이 무겁다. 동구와 같은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지적능력과 적응기술상의 특성으로 인해 지역사회 내에서 길을 자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집에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하루 과제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에게 외출을 허하라

우리 작업장을 이용하는 지적장애인의 경우도 동구보다는 훨씬 성인이지만 바깥으로 내보내면 돌아오는 시간까지 전전긍긍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이사를 가게 되면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지적장애를 가진 딸이 집을 찾아오지 못할까봐 30년 동안 집을 옮기지 않고 붙박이로 살고 있는 경우가 있다. 또 50세 된 지적장애 딸을 잃어버려 3개월 뒤에 찾은 후 칠십 노모가 아예 아는 구역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지적장애인이 1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는 보도에 누가 쉽게 이들에게 외출을 허용할 수 있겠는가!

평소에 길을 잃어버리면 경찰서나 슈퍼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교육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대처능력이 아예 작동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같은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는 것을 보았다. 한 지적장애인의 경우 처음에 길을 잃어버리면 무작정 걷다가 3박 4일 만에 집에 돌아왔었다. 그 다음에는 졸다가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다른 곳에 내려서는 슈퍼 앞을 어슬렁거리다 슈퍼아줌마가 연락을 해주어서 찾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버스를 잘못 탄 것을 알고 내려서 대담하게 파출소에 들어가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휴대전화 좀 받아주세요!

지적장애인이 3박 4일, 2박 3일, 1박 2일에 걸쳐서 집으로 돌아오곤 하던 때를 ‘아! 옛날이여’ 하고 부르게 한 매개체는 휴대전화이다. 휴대전화로 즉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출시 반드시 점검하면 길을 잃었을 경우의 막연한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대학로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 중이었다. 완전하게 글자를 익히지 못한 지적장애여성은 2년에 걸친 훈련 끝에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7호선을 태워주면 신대방삼거리에서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헌데 도착을 알리기에는 이른 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디야?”

“……”

정작 본인과 통화는 할 수 있는데, 본인이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선뜻 어느 역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옆에 있는 사람 좀 바꿔줘.”

그녀는 나름의 언어를 사용하여 옆 사람에게 대신 전화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휴대전화 좀 받아주세요, 해 봐!”

어눌하게 부탁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에이, 안 받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한 시간이 지난 후 겨우 자정쯤에 겨우 고속버스터미널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휴대전화는 꺼져 버렸다. 이미 전철이 끊어진 시간이어서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되었으므로 부모님이 차를 가지고 터미널 대합실로 데리러 가야 했다. 옆에서 전화를 받아주어 어느 역이라고 한 마디만 해 주었어도 전철이 모두 끊긴 어둠 속에서 부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무시하거나 구경만 하지 말고

지적장애인과 함께 외출을 하게 된다면 무사히 귀가하는 것을 확인해야만 사회복지사로서의 임무가 완수된다.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질 때가 더 많다. 자동차사고 등 돌발상황도 그렇지만 길에서 걸림돌을 만나 넘어지기도 하는 등 태초의 자연처럼 가공되지 않은 순수하고 단순한 캐릭터로 존재하는 지적장애인에게 세상은 온통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주변 사람들이 그냥 주변인으로만 머물지 말고 다정한 이웃이 되어 준다면 길을 잃고 초조한 걸음으로 동동거리지는 지적장애인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지적장애인들이 세상과 벌이는 하루하루의 경기에서 아웃되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웃하여 지켜준다면 아웃되지 않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배희는 기쁨나무장애인작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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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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