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상담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수화기를 들고 늘 하던 인사 멘트도 마치기도 전에, 피 상담자가 말문을 열었다.

지체장애 3급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씨는 다급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근무하던 전자부품 제조회사가 부도가 나서 석 달 치 밀린 임금 30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며 울먹였다.

사장님은 조만간 회사가 다시 정상화 되면, 분할해서라도 체불임금을 꼭 지급할 테니까 출근해서 일을 하라고 재촉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회사에 빚도 많고 사장님을 믿을 수 없어서 그만 둘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체당금을 신청하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은 50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장일 것이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곳에서 근무하는 장애인근로자일거다. 피 상담자의 96.6%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난 우리 상담센터(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통계를 봐도, 대부분의 장애인근로자는 임금체불이나 해고의 불안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라는 것이 있지만, 사업주의 파산 등으로 인해서 변제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변제를 받기 위해서는 법원의 경매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임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임금채권보장제도’다. 사업주의 파산 등으로 인해서 퇴직한 근로자가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해서 그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사업주로부터 징수하여 조성된 기금(임금채권보장부담금)에서 임금과 퇴직금(이를 '체당금'이라 함)을 체불사업주를 대신해서 지급하고, 지급된 체당금의 한도 내에서 체불사업주에게 대위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피 상담자의 경우에는 계속 근무할 의사가 없다면, 우선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부도가 발생했다고 해서 회사가 도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장 체당금을 신청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3개월 치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에 의한 우선변제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채권(은행 등)에 비해서 먼저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청에 진정한 후에도 임금 지급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통해서 판결을 받은 후에 강제집행을 하면 되지만, 변제능력이 없거나 재산을 모두 타인명의로 변경한 경우에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너무나 안타깝다.

부디 올해에는 노동부를 통해 확인된 장애인근로자의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무조건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이를 사업주의 재산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방식으로 ‘임금채권보장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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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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