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복용 때문에 3~4년을 준비해서 임신을 해야 하고, 심각한 출산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장애여성의 엄마 되기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박현희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한 임신

정신장애여성은 결혼이 쉽지 않다. 결혼에 성공했어도 임신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를 맞추어야 한다. 부부생활이 원만한 가운데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일 년을 기다려야 하고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임신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결혼하고 임신하기까지 3~4년의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나는 정신장애(조울증, 스트레스장애)를 갖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건강하지 않다는 편견 때문에 입양도 되지 않는다. 임신을 하고 싶으면 약물을 중단해야 하는데, 약물을 먹고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그 태아가 정상적으로 태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이다. 약물을 복용하던 상태에서 임신을 했던 내게 주치의인 정신과 의사는 낙태를 허용하였다.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종교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죄책감이 컸지만 현실적으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어렵게 임신을 하고 10달을 기다려 출산을 하게 되었다.

출산후유증 때문에

출산과정도 쉽지 않았다. 양수가 새어나와 분만실에 들어간 후 24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자궁 문이 10cm 정도가 열려야 아이가 자연스럽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24시간이 지나도 1cm도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제왕절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출산 후 산후조리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비장애여성들도 출산 후 산후우울증에 걸려 고통받기 쉽지만 정신장애가 있는 여성은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나는 출산 후 젖몸살로 인해 불면증이 심해졌다. 죽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환청과 환시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핏덩어리의 모유수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다시 복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약을 먹어야 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건 나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이는 분유를 먹기 시작했고, 다행히 분유를 잘 받아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지혜가 필요해

내게 정신장애가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로 인해 주변에서 의례 하곤 하는 “둘째 낳아야지” 하는 말이 나를 힘들게 한다. 시댁가족 혹은 이웃들로부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부부가 아이를 몇 명 낳을지는 부부가 결정할 일이지 주위에서 이러쿵 저러쿵 할 얘기가 아니다. 아이와 엄마를 생각해서 하나 더 낳으라고들 하는 말인지는 알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당사자로서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사람만 몸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이 약해서 둘째 못 낳아요”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이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려고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그들은 잘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정신장애가 있는 나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 병 있어요”, “나 정신과 다니는 사람이에요"라고 자랑할 일도 아닐 것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내 장애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편견만 심해질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융통성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요즘은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으니까 언젠가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싶다.

*칼럼니스트 정미란 님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으로서 올해 네 살된 아들,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으며, 2008년 수필로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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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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