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장님을 노동부에 고소해요. 그냥 없는 셈 쳐야지….”

상담을 하다보면 50대 이상의 피상담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너무나 답답해지고, 상담이 끝난 후에도 얼마동안은 그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50대 이상이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찾는 경우는 전체의 약 7% 정도로 20대의 1/7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상담센터를 찾은 경우도 상담은 하지만 권리구제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휴일도 없이 시키는 일은 뭐든지 정말 열심히 했다는 피상담자들. 장애 때문에 배우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그분들의 모습에는, 힘든 세월을 헤쳐 온 흔적들이 넘쳐난다.

답답한 마음에 상담센터를 찾기는 했지만, 차마 진정이나 고소 같은 권리구제는 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본 것으로 만족하고 마는 순박한 이 분들은, 온갖 차별을 다 겪었으면서도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른 채 이제까지 힘들게 살아온 거다.

그러고 보면, 필자도 장애인계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비장애인처럼 살아가는 중증장애인이었을 거다. 어느덧 장애인계에 들어온 지 6년이 되었고, 내 생각과 가치관도 많이 변했다. 그동안 받았던 많은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던 내가, 장애인의 권리구제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비장애인을 바꾸는 것처럼, 우리 장애인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

노동상담을 하다보면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권리는 포기하는 장애인근로자를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동안 일하게 해 줬는데 인정상 그럴 수 없어서, 해 봐야 안 될 것 같아서 같은 이유들이다.

하지만, 참고 가만히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악덕 사업주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인식만 더욱 견고하게 할 뿐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장애인 근로자를 더 많이 양산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장애인근로자들의 인식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 인내하는 것은 좋지만, 적어도 노동현장에서 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귀찮고 힘들더라도 권리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노동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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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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